▲ 전국에서 모여든 수 천 명의 관객이 노란풍선을 흔들며 '부산시민밴드'와 함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명규 기자 kmk@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대통령님 생일 축하합니다."
 
'창원 다문화어린이합창단' 36명의 맑고 예쁜 노래가 봉하마을의 저녁에 퍼져나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생일 맞아 27일 묘역 옆 특별무대 가득 채워
한명숙 전 총리·이창동 감독 등과 다양한 장르 음악공연 분위기 고조

지난 27일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 생신 65주년 기념 봉하음악회'가 열렸다. 두 번째 열리는 음악회이다. 평소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봉하마을은 이날 전국에서 약 5천여 명의 관객이 찾아와 노 전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했다. 묘역을 참배하고 정토원을 방문하며 음악회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음악회가 시작하는 7시가 되기 두어 시간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노란 풍선을 손에 들고 노무현재단에서 나누어 준 생일떡을 손에 든 아이들이 줄 지어선 대열을 오가며 뛰어다녔다.
 
가족들과 함께 봉하마을을 다섯 번째 찾아왔다는 주부 오말임(50·대구 신기동) 씨는 쌍둥이 중학생 두 딸과 함께 입장을 기다렸다. 김지연·소현(중2) 두 학생은 "엄마 따라 봉하마을에 자주 오니 점점 정이 든다. 우리가 선거할 때는 노 대통령님처럼 훌륭한 분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연신 봉하마을을 촬영했다.
 
음악회 무대가 내려다보이는 잔디밭 언덕 위에는 일치감치 도착해 텐트를 치며 기다린 가족도 있다. "아내가 먼저 오고 싶다고 해 다른 일을 모두 제쳐두고 달려왔다"는 박봉옥(41·충남 아산) 씨는 아내 정주영(37) 씨와 두 아들 현규(6)·현명(4)이를 데리고 새벽에 출발했단다.
 
부산에서 온 대학친구들과 함께 음악회를 찾은 김한용(45·구산동) 씨는 "며칠 전부터 친구들이 연락해 와, 오늘 종일 봉하마을과 화포천 등을 안내하고 음악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묘역 옆 특별무대에 마련된 공연장은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 바위 아래이다. 준비된 좌석은 어느새 빈 곳 하나 없이 들어찼고, 잔디밭 뒤 언덕과 길가 쪽 언덕까지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민주당 당직자들로 이루어진 '민주당 소나무합창단'이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른 '상록수'로 음악회 무대를 열었다. 소나무합창단이 연 음악회장으로 문재인 이사장과 한명숙 전 총리, 권양숙 여사가 입장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맞이했다.
 
두 번째 무대에 오른 다문화어린이합창단이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했다. "저 흔한 노래가 이렇게 감동적일 줄은 몰랐다.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며 관객들 중에는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많았다. 소프라노 정은숙, 테너 정능화, 문재인 이사장의 부인 김정숙 씨의 무대가 이어졌다. 이창동 감독은 시 '아네스의 노래'를 낭송했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는 '캐논연주곡'과 '쇼팽 즉흥 환상곡'을 연주한 뒤 짧은 소회를 털어놓았다. "마음 속으로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는 이 씨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열창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한영애 씨의 '조율'을 부른 다음 문재인 이사장을 무대에 올려 마지막 구절을 모든 관객과 함께 다시 불렀다. "잠자는 노짱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사람사는 세상으로 조율 한 번 해 주세요." 한 전 총리와 손을 맞잡고 노래한 문재인 이사장은 "노 대통령은 이런 공연도 좋아하고 신명도 많은 분이었다. 어쩌면 우리 곁에서 이 음악회를 보고 계실 거다. 이 음악회를 생신 선물로 바친다"며 생일잔치에 와 준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이어 가수 정훈희 씨, 시민참가팀인 부산시민밴드, 도종환 시인의 시낭송 등이 음악회의 열기를 더했다. 어둠이 깊어가는 봉하마을에 수 천 명의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울려퍼졌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