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큼지막한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새우 두 마리, 그 아래 위로 잎채소, 양상추, 토마토, 양파, 치즈, 머스타드 드레싱 등이 올려져 있는 '통새우버거'.

패스트푸드(fast food)란 빠른 시간에 조리할 수 있는 음식, 혹은 주문하면 곧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의미한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격인 햄버거는 그 유래부터가 패스트푸드적이다. 중앙아시아의 초원에 거주했던 몽골과 터키의 유목민들은 생활 특성상 장거리 이동이 잦았다. 이동 중에는 한가로이 불을 피우고 음식을 조리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다진 양고기를 말 안장에 깔고 다녔다. 생고기 덩어리는 질겨서 먹기가 힘들지만, 다진 고기를 깔고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숙성이 되어 연하고 부드러워졌을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유럽까지 세력을 넓혔던 칭기즈칸의 군대로 이어졌다. 기동전으로 상대를 제압했던 칭기즈칸의 군대 역시 말 안장에 양고기를 깔고 다녔다. 말에서 내리지 않고 행군을 하는 동안, 한 손으로는 고삐를 다른 한 손으로는 양고기를 먹으며 진격했다고 한다. 진정한 패스트푸드다.


칭기즈칸의 손자인 쿠빌라이 칸의 모스크바 점령과 함께 이 음식은 러시아로 전해졌다. 러시아 사람들은 다진 양고기에 양파와 계란을 첨가했고 이를 '타타르 스테이크'라 이름 붙였다. 지금도 갈거나 다진 생고기와 계란 양파 등을 뭉쳐서 양념한 것을 타타르 스테이크라 부른다. 일종의 생고기 스테이크인 셈이다.
 
러시아의 타타르 스테이크는 14세기 무렵 중세 유럽의 무역 중심지였던 독일의 함부르크로 전파된다. 아랍 사람들 역시 향신료를 첨가한 다진 양고기를 날로 먹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를 '키베'라고 불렀다. 이 또한 아랍 상인들에 의해 함부르크에 소개된다. 함부르크에 소개된 타타르 스테이크와 키베는 양고기 대신 소고기나 돼지고기로 대체됐고, 날로 먹는 대신 불에 구워 먹기 시작했다. 이것이 함부르크식 스테이크, 즉 '햄버거 스테이크'로 오늘날 햄버거의 기원이 되었다.
 

▲ 하코버그 세트메뉴들. 높이가 10㎝는 족히 넘는 구성의 볼륨감이 한눈에도 입맛을 돌게 한다.
헌데 이런식으로 햄버거의 기원을 정리하고 나면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지금처럼 다져서 익힌 고기를 빵 사이에 끼워서 먹기 시작한 것은 과연 언제부터일까? 사실 이부분에 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 다만 추론을 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햄버거와 비슷한 음식에는 케밥과 샌드위치가 있다. 터키 군대의 전투식량이었던 케밥은 얇게 썬 닭고기나 양고기를 막대에 끼워 구운 음식이다. 이렇게 구운 고기를 빵에 싸서 먹는 것을 '도네르케밥'이라 불렀고 18세기부터 발전했다. 영국의 샌드위치라는 지방을 다스렸던 존 몬테규 백작은 도박광이었다. 어느날 도박을 하느라 식사를 거른 그는 하인에게 빵 사이에 로스트비프를 끼워서 가지고 오도록 했다. 이것이 1762년의 일이고 오늘날 샌드위치의 기원이다. 따라서 햄버거 역시 도네르케밥, 샌드위치 등과 비슷한 시기에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햄버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햄버거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이다. 최초의 햄버거에 대한 다양한 설이 있고 원조라고 주장하는 식당 또한 여러 곳이다. 다만 초기의 햄버거를 보면 지금처럼 동그란 빵 대신에 식빵을 사용하고 있다.
 
햄버거가 한국에 본격 소개된 것은 1979년 롯데리아 1호점이 서울 소공동에 문을 열면서부터다. 롯데리아는 롯데라는 브랜드와 식당을 의미하는 카페테리아의 합성어다. 이때부터 '무슨무슨리아'라는 브랜드가 유행을 한다. 이후 빅보이, 아메리카나, 훼미리, 후랜드천, 버거킹, 웬디스 등의 브랜드가 등장했다. 세계 최대의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는 1988년부터 한국 영업을 시작했다. 1984년 300억 원 정도에 불과했던 햄버거 시장은 약 1조원 대로 급격히 성장했다.
 
▲ 감자튀김. 세트메뉴에선 샐러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양적팽창에 따른 부정적인 시각 또한 만만치 않다. 열량은 높지만 영양가가 낮은 식품을 두고 정크푸드(junk food)라고 한다. 대표적인 정크푸드로 인식되는 햄버거는 첨가물과 방부제의 과도한 사용, 높은 트랜스지방 함량, 과도한 염분 섭취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햄버거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빠르고 간편하고 저렴한 패스트푸드로서의 햄버거가 질 좋은 재료에 정성스러운 손맛까지 더해져 제대로 된 '요리'로 대접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프리미엄버거'의 등장이다. 프리미엄버거는 냉동육 대신 냉장육을 사용해 즉석에서 조리하고, 유기농 밀이나 호밀을 쓴 빵을 사용하고, 각종 채소를 듬뿍 사용함으로써 기존 햄버거의 단점을 보완하고 하고 있다. 1998년 '크라제버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프리미엄버거 열풍은 최근 들어 여러 대기업이 신규 브랜드를 런칭함으로써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섬함과 고급화를 강조하기 위해 '수제'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햄버거 전문점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장유면과 삼계동, 인제대 부근 등 세 곳에 매장이 있는 하코버거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김해에 있는 유일한 수제 햄버거 전문점이다. 시작한 지 1년6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인기가 높은 곳이다. 햄버거 단품이 4천원 대, 세트메뉴가 6천원 대로 기존의 햄버거보다는 조금 높은 가격이지만 평균 7천~9천원 선인 프리미엄버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우선 '하코오리지날버거세트'를 주문했다.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사이드 메뉴(감자튀김·샐러드)와 음료수(탄산음료·커피)를 각각 선택할 수 있다. 햄버거를 먹을 경우 트랜스지방과 염분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이유는 햄버거와 더불어 감자튀김을 함께 먹기 때문이다. 이점을 고려해 하코버거에서는 감자튀김 대신 신선한 샐러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빵과 빵 사이에 양상추와 잎채소, 소고기 패티, 계란후라이, 볶은 양파 등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높이가 얼추 10㎝는 족히 되어 보인다. 먹기는 좀 불편하겠지만 볼륨감 하나 만큼은 훌륭하다. 특히 가득 올려진 양파가 입맛을 당긴다.
 
기본적으로 햄버거는 다진 소고기 덩어리와 빵으로 구성된다. 전문 용어로 소고기는 '패티', 빵은 '번'이라고 한다. 피(껍질)와 속(내용물)으로 구성된 만두나 네타(회)와 샤리(밥)로 구성된 초밥과 유사한 형태다. 이처럼 서로 이질적인 재료가 만나는 음식은 각각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둘의 조화가 결정적이다. 회가 아무리 싱싱하고 좋아도 밥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맛있는 초밥이 될 수 없듯이 햄버거 또한 마찬가지다. 좋으려면 다 같이 좋아야 하고, 나쁘려면 다 같이 나빠야 한다.
 
일단 하코오리지날버거는 패티가 생각 만큼 두껍지 않다. 하지만 달걀 프라이와 바비큐소스를 사용해 살짝 볶은 양파가 부족함을 채워준다. 번 또한 골격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진정한 프리미엄버거에는 살짝 못미치지만, 가격과 맛을 고려하면 상당히 슬기로운 선택으로 보인다. 기존 프랜차이즈와는 차별화되는 개성 넘치는 맛이다.
 
다음으로 통새우버거를 시켰다. 말 그대로 큼지막한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새우 두 마리가 빵 사이에 들어 앉았다. 그 아래 위로 잎채소, 양상추, 토마토, 양파, 치즈, 머스타드 드레싱 등이 올려져 있다. 이걸 대체 어떻게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와르르 무너뜨렸다.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부피감이다. 달작지근하면서도 향이 좋은 드레싱이 우선 야채와 잘 어울린다. 빵만 빼면 '새우튀김을 얹은 야채샐러드'라 해도 좋을 듯 싶다. 자칫 평범할 것 같은 통새우버거의 맛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새우를 감싼 튀김옷 덕분이다. 밀가루와 감자를 섞은 듯한 튀김옷에 충분히 양념이 되어있어 번과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재미있는 음식이면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 음식이다.
 
하코버거는 웰빙이라는 트렌드를 수용하면서도 맛을 놓치지 않는 듯 보인다. 그 덕분에 1년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단골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프리미엄, 웰빙, 수제 등등의 수식어가 붙긴 해도 한 끼의 식사로서 햄버거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 하지만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말처럼 가끔은 외도도 필요하다. 더군다나 아이들로서는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음식임에 분명하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와 바쁜 도시생활 등을 고려한다면, 햄버거라는 음식 자체를 피해갈 수는 없다. 피해갈 수 없다면 결국 선택의 문제가 남는다. 조금은 더 안전하고, 조금은 더 균형잡힌 햄버거를 선택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김해 유일의 수제 햄버거 전문점 '하코버거'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기특한 음식점이다.
 


▶메뉴
-하코오리지날버거(단품 4,200원·세트 6,200원)
-하코하와이안버거(단품 4,700원·세트 6,700원)
-통새우버거(단품 4,500원·세트 6,500원)
▶위치:경남 김해시 장유면 무계리 191-11
▶연락처:055)312-8828





박상현 객원기자
사진촬영 = 박정훈 객원사진기자 pungly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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