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는 '능력주의 숭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쩌다 우리는 괴물들을 키웠을까>는 한국사회 최고 학벌인 '서연고(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민낯과 병폐를 낱낱이 들춘다. 저자는 최근 몇 년간 일어난 서연고 출신들의 잘못을 열거하며 학벌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밥하는 줌마가 왜 정규직이 돼야 하냐"며 따지는 국회의원, 운전기사에게 막말하는 기업인과 버젓이 성추행을 일삼는 정치인까지…. 현재 재학생들의 행태도 못지않다. 남학생들은 단체카톡방에서 여자 동기들을 성희롱하는 채팅을 나누고, 의대생들은 수 년간 함께 공부한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했다.

저자는 죽은 지식을 가르치는 기존의 교육 방식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지만, 해결책은 제도 개혁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입시제도가 아무리 바뀐들 학력을 바라보는 개인의 인식이 그대로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입시에 목을 매고, 수능을 친 뒤 세상이 무너진 듯 진짜 목을 매는 안타까운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대학교육 자체가 사회적 자산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좋은 대학에 다닐수록 사회의 혜택을 많이 받은 만큼 특권의식 대신 사회적 의무감을 갖고 더 많이 베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좀 더 빠른 인식 변화를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진상 서연고' 대처법을 현실에서 써먹어 보면 어떨까. 그중 하나. 초면에 대뜸 출신학교를 들먹이는 서연고 출신을 만난다면, '당신이 나온 좋은 학교만큼만 당신의 품격이 좋았으면 했는데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해 주자.

부산일보 제공 김해뉴스 책(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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