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복지전문가 노후 문제 경고
‘공적 서비스 무료화’ 대책 제안



땡볕이 내리쬐는 거리, 비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골목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 온종일 손수레 한가득 모아도 손에 쥐는 돈은 수천 원에 불과하다. 이들 곁을 지나치면서 '미래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저들도 마찬가지였다. 폐지 줍는 노인들도 말년이 이토록 곤궁하리라 예상했던 이는 아무도 없다. 우리는 노후 걱정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살아지겠지'란 막연한 생각으로 미래의 불안을 덮어둔다.

일본의 사회복지전문가 후지타 다카노리가 <2020 하류노인이 온다>에 이어 내놓은 신작 <과로노인>은 '노후 문제를 단순한 낙관에 기댄다면 대부분의 노인이 죽는 순간까지 노동을 해야 하는 암울한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후지타가 전작에서 말한 '하류노인'이란 저축한 돈이나 일정한 수입도 없고, 의지할 사회적 관계마저 없는 극빈층 노인을 말한다. '과로노인'은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죽는 날까지 일에 시달리는 삶이다. 수입, 저축, 교류가 없는 상태에서 사회보장제도까지 없다면 생계를 유지할 유일한 수단은 '몸'밖에 없다.

65세 이상 노인이 4명 중 1명에 달하는 초고령사회 일본에선 이미 이런 조짐이 현실화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용자가 458만 명으로 60~64세의 438만 명을 넘어섰다. 고령자 취업률은 20.1%로 프랑스(2.2%)의 9배를 넘는다. 이들이 일손을 놓지 못하는 것은 일할 의욕이 높아서가 아니라 일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가 비정규직이나 단순 육체노동인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상황은 이런 일마저 할 수 없을 때다. 늙고 병들어 노동 시장에서 밀려나면, 결국 하류노인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후지타는 그동안 일본 사회가 노후 문제를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돌려왔다고 지적한다. 2000년 사회복지 근간을 이루는 개호보험제도가 정비됐지만 수혜 대상을 늘리는 '서비스 양적 확대'와 수혜 시기를 늦추는 '개호 예방' 등 두 가지 목적 모두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후지타는 게이오대학교 경제학부 이데 에이사쿠 교수의 견해를 빌려 해결책을 모색한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세금을 늘리되 개인 부담을 늘리지 않는 방법이다. 의료비, 요양비, 교육비 등 공적 서비스를 무료화한다면 개인 지출은 줄고 심리적 '안심'까지 가져다줄 수 있다.

이를 위해 성장에 의한 '구제형'에서 필요에 의한 '공존형'으로, 복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후지타는 강조한다. 이익을 보는 사람(약자)과 손해를 보는 사람(고소득자)을 가르는 구제형 재분배가 아니라 모두가 부담하고 모두가 공적 서비스를 누리는 방식. 세대 간 대립, 계층 간 갈등을 멈추고 '공유의 사회'로 방향타를 돌리자는 제안이다. 

부산일보 제공 김해뉴스 책(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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