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야학' 박충근 교장이 야학의 역사와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다.

 
18년 간 ‘한마음’ 박충근 교장
현직 교사들 모아 ‘무학’ 가르쳐
졸업생, 수료생만 450명 배출



늦은 오후 학교 수업을 마친 교사들이 퇴근할 무렵 귀가하지 않고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3층으로 다시 출근하는 교사가 있다. 1999년 3월 개교한 '김해야학'의 박충근(57·김해중앙여자중학교 교감) 교장이다.
 
김해야학은 자원봉사자 교사들이 운영한다. 어릴 적 학교에 다니지 못한 중년 성인에게 가르침을 선사하는 시설이다. 박 교장의 경우 김해중앙여중 일을 마친 뒤 밤에는 한 손에 사회책을, 다른 한 손에는 볼펜을 쥐고 50~70대 늦깎이 학생들을 가르친다. 
 
김해야학에서 재능기부를 하는 교사 등 봉사자들로 구성된 '김해야학자원봉사회'는 지난 8일 한국사회봉사연합회가 주관하는 '2017년 대한민국 사회봉사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 상은 각 분야에서 묵묵히 사회 공헌에 기여하고 있는 사람, 단체, 기업, 기관을 발굴해 표창한다. 
 
박 교장은 김해야학의 18년 역사를 모두 지켜온 사람이다. 그는 1984년 대구에서 처음 야학에 발을 들였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대구의 한 사범대학에 입학한 뒤 야학 교사로 나섰다. 
 
당시에서는 대개 대학생들이 야학 교사로 또래 학생들을 가르쳤다. 6·25전쟁과 해방을 거쳤던 그 시절 생계를 위해 가발, 신발, 섬유 공장에 들어가 일을 배우던 학생들이었다. 어린 나이에 사회로 뛰어든 학생들은 교육을 받지 못했다. 대학생들은 배움의 갈망을 가진 또래 친구들의 심정을 이해했고 야학을 통해 그 한을 풀어줬다. 
 
박 교장은 1989년 김해중앙여중으로 발령받은 뒤 10년 동안 학교 일에만 매달리다 다시 야학의 꿈을 실현했다. 그는 1998년 원불교 서김해교당에서 '삼동야학'을 시작했다. 당시 허허벌판 촌이었던 그곳은 밤만 되면 한 줄기 빛도 없이 깜깜했다. 여성들은 교통 편이 없어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1년 만에 '삼동야학'은 문을 닫았다.
 
박 교장은 다시 야학 장소를 물색했다. 그러다 1999년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에서 김해야학을 운영하게 됐다. 김해야학 운영은 처음에는 순탄하지 않았다. 초창기에는 1980년대처럼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책임감이 부족했다.
 
"대학생 교사들은 결강을 자주 했고 대개 1년을 채 못 버티고 나갔습니다. 1980년대 대학생들은 서로 힘들었기 때문에 또래 학생들을 돕고 싶어했지만, 2000년대 대학생들은 나아진 환경에서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50~70대 어른들의 한을 이해하기 힘들었나 봅니다."
 
시간이 흐르자 대학생 교사들은 자연스레 사라졌고 김해야학에는 현직 교사, 퇴직 교사, 학원 강사 등이 봉사자로 들어왔다.  
 
박 교장이 지난 18년 간 힘들게 김해야학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학생들이다. 그는 "학생들은 삶의 원동력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을 보면 힘이 생긴다. 낮에 집안일 등 노동을 하고 밤에 수업을 듣는다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열심히 사는 학생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할 때 꾸벅꾸벅 졸고 하품을 하더라도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정면을 보려고 노력한다"며 배움을 향한 집념을 칭찬했다. 
 
박 교장의 말에 따르면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수업비와 교재비가 비싸 학원에 가지 못하고 야학을 찾는다. 우리나라에는 야학이 약 70여 개 있지만 그중 50여 개는 서울 및 중·소도시에 있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야학 수업을 듣기가 쉽지 않습니다. 밀양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한 60대 할머니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그 분은 공부가 하고 싶은 마음에 밀양에서 '김해야학'까지 왔습니다. 낮에는 밀양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밤에는 김해에서 공부한 후 다시 밀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배운 덕에 지금은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대학생이 됐습니다."
 
김해야학은 지난 18년간 졸업생 316명 졸업생, 수료생 134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박 교장은 김해야학으로 찾아오거나 길에서 만난 제자들에게 인사를 받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언제 길에서 우연히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늘 행동을 바르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김해야학 학생들의 자녀가 김해중앙여자중학교에 다니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 수업이 있는 날에는 김해야학 학생이 자녀를 직접 데려와 소개하고 인사를 한다"고 전했다. 
 
박 교장은 앞으로 4~5년 후 김해중앙여중에서 정년퇴직하면 본래 고향인 구미로 돌아가 새로 야학을 꾸려볼 예정이다. 시골에 야학을 많이 만들어 배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은 게 그의 꿈이혔다. 김해뉴스
 
문서영 인제대 학생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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