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이 어머니의 촬영준비를 돕고 있다.


김해농협, 장수사진 촬영 행사 
70세 이상 원로 조합원 호응


어르신들의 얼굴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어르신 한명 한명의 얼굴엔 회한이나 그늘보다는 잘 찍은 사진을 담기 위한 열의가 묻어났다. 거울을 보고 또 보고 옷매무새와 머리를 가다듬었다.
 
김해농협(조합장 조정제)이 지난부터 13일부터 17일까지 '원로 조합원 장수사진 제작·보급'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김해농협 부원동 본점과 흥동 서김해 지점에서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열렸다.
 
2011년 장수사진 촬영행사를 진행한 후 6년 만에 재개하는 행사다. 이날 행사는 만 70세 이상 조합원을 대상으로 김해농협이 황혼의 모습을 담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 한 것이다. 매일 50명 가까운 조합원이 행사장을 찾아 포즈를 취했다. 
 
이날 김해농협 2층을 찾은 어르신들은 오래 전부터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양복을 차려 입고 왔다는 최정길(대동면 예안리·74)씨는 "안 그래도 사진촬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을 준비해 놓으면 자식들에게 부담을 덜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오는 경우도 있지만 딸이 친정 어머니를 모시고 온다. 70대 모친과 행사장을 찾은 김덕연(구산동·50)씨는 "(영정) 사진을 미리 찍어 놓으면 더 오래 사신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고 전했다. 
 
윤정길(내동·73)씨는 "며칠 전 농협에서 사진 찍으러 오라고 했을 땐 내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됐나 싶어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멀끔하게 잘 나온 사진을 보니 만족한다"고 털어놨다. 
 
이번 행사의 사진촬영을 맞은 명성사진관 정두화 대표는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관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 하지만 장수사진을 찍는 어르신들이 오히려 수수한 마음을 지닌 것 같다. 사진을 촬영할 때면 입술을 파르르 떨기도 하고, 잘 나온 사진에 대해 고마워한다. 영원히 남을 사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실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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