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삼 동명대 교수·4차산업혁명연구센터장

얼마 전 북경을 방문하여 놀란 것이 하나 있다. 몇 해 전 길거리에 그렇게 다양하던 자전거가 주황색 디자인으로 확 바뀌고 있는 것이었다. 중국의 공유자전거 회사인 모바이크의 자전거였다. 아직 우리들에게 생소한 모바이크라는 이 회사는 설립 2년여 만에 자그마치 2조원 대까지 기업 가치를 키운 유니콘 기업이다. 중국의 거리 판도를 바꾸며, 내년부터 우리나라에도 세계 11번째로 진출해 온다고 한다. 30분에 300원의 이용료를 지불하는 이 공유자전거 서비스가, 우리나라 지자체와 경쟁해서 살아남을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해외를 다녀보면 요즘은 마치 속도전 게임을 떠올릴 만큼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도 변화에 대한 감각은 어떤 나라 못지않다. 그런데 우리나라 각 도시의 변화지수를 생각해보니 판교나 강남이 다르고, 또 부산이 다른 것 같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열풍이 휘몰아치는 이 시점에 김해는 4차는 고사하고 2, 3차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서 적지 않게 걱정된다. 현재와 같이 4차 산업혁명 열풍을 강 건너 불난 것처럼 하다가는 지난 20년간 성장해 온 김해가 쇠퇴하지 않을까 걱정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성장한계에 직면한 기업들이 주도하는 파괴적 힘을 가진 기술로 시작했다. 문제는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시작한 이 게임이 오히려 생존지속성의 위기요인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딩, 빅데이터, 차세대 생명공학, 3D 프린팅 등과 같은 파괴적 기술은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기회제공, 효율성 증대 등 분명히 '혁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세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과 도시는 비교불허의 성장을 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쪽은 도산한다는 사실이다. 
 
요즘 전 세계기업의 평균 수명은 약 13년 정도라고 한다. 기업의 80%가 30년을 지속하지 못한다고 한다. 세계 100대 기업 생존율은 고작 38%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은 더 열악하다. 30대 기업 중 최근 5년간 제조기업 4곳이 순위에서 사라졌다. 국내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로 해외 주요 5개국 평균(42%)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이 생존하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존속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렇다면 김해는 이대로 괜찮은가?   
 
김해가 한 번 더 점프하려면 모두 다 바꿔야 한다. 먼저 변화시대의 위기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공장 설비 잘 갖추어놓고 열심히 물건 만들면 굴러가는 시대가 아니라는 자각을 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데카콘 기업들을 보자. 영업용 차량업체로서 기업가치 680억 달러의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하나도 없다. 기존 관광업계와 호텔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 기업가치 310억 달러의 에어비엔비는 소유하고 있는 호텔이 하나도 없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놓는 테슬라는 애초 자동차 회사가 아니었다. 세계인들이 애용하는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공장 만들고 시설 갖추어서 자본을 증식시키겠다는 생각은 박물관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김해는 창원의 기계업, 거제의 조선해양플랜트산업, 사천의 항공우주산업의 특장점을 가진 경남에 속해있고, 지리적으로 동남권 제조 벨트에 중심에 있다. 작년에 경남은 로봇산업 육성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그러나 김해는 인구 60만이 넘는 자족도시를 추구하면서도 공공 지역개발원 하나 없다는 것은 놀랄 일이다. 동향도 분석하고, 정보도 제공하고, 필요한 전문인력도 자체에서 양성해야 한다. 신망 받는 공공포럼 같은 것이라도 내년 1월부터는 결성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