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대한폐암학회 주관으로 '폐암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폐암은 전체 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고 해마다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또한 증상의 발현이 늦어 '조용한 암'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전체 폐암의 약 30%가 여성이며 여성 폐암환자의 85% 이상이 비흡연자 라는 것입니다. 흡연이 폐암 발생의 주요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는 가운데 남성의 폐암 발병률은 해마다 조금씩 낮아지는 반면 여성 폐암환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폐암으로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 957명을 분석한 결과 92.7%에 해당하는 887명이 비흡연자 라고 합니다. '비흡연 여성 폐암'이라는 연구 발표에서 여성 폐암환자 10명 중 9명이 흡연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에 폐암이 발생했고,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 여성에게서 비흡연 폐암환자가 많다고 합니다. 필자는 발표된 논문을 읽다가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비흡연 여성 폐암의 한 요인으로 주방에서의 요리과정이 관련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주방에서의 조리 과정 중 어류나 육류를 포함한 단백질 식품이 탈 때 다환방향족탄화수소 같은 발암물질이 발생하고 식용유가 탈 때도 벤조피렌 같은 발암물질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주방에서의 굽거나 튀기는 요리 등이 반복되면 그 과정 중 발생하는 발암물질이 여성의 폐로 흡수가 되고 장기간 노출 시에는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폐가 작고 노폐물을 분해시키는 능력이 약해 발암물질에 더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성 폐암은 흡연으로 생기는 남성 폐암과는 세포 형태와 발생 부위가 다르다고 합니다. 
 

남성 폐암은 기관지 점막을 구성하는 세포의 변형으로 폐 중심부에서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이 많으며 흡연과의 연관성이 높은 반면 여성 폐암은 폐의 선세포에서 생긴 선암이 많고 흡연과의 연관성이 낮으며 비(非)소세포암에 속해 진행이 느리고 조기에 발견되면 수술로 완치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여성의 주방환경이나 음식의 조리 방법이 많이 유사하고 서양에 비해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비흡연 여성 폐암의 증가 요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비흡연 여성 폐암의 또 다른 원인으로 간접흡연, 유전자 변이, 미세먼지 등이 함께 지목되기도 하였습니다만 남성에 비해 주방에서의 음식 조리를 주로 담당하는 여성들이 흡연을 하지 않더라도 음식 조리과정에서 폐암이 발생할 수 있다니 주의를 요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주방에서 요리할 때는 창문을 열고 환풍기를 작동하는 등의 관리수칙을 꼭 지켜야 겠습니다. 또한 요리 시에는 오염물질이 확산 될 수 있으므로 노약자나 아이들은 방에서 문을 닫고 머무르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히 볶기, 구이 등과 같은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되는 요리를 할 땐 가급적 뚜껑을 덮고 요리가 끝난 뒤에도 창문을 바로 닫지 말고 충분히 자연환기를 시켜야겠습니다. 또한 조리 시 발생한 오염물질이 미세먼지와 결합하여 바닥에 떨어지므로 조리 후 주방 바닥을 물걸레로 닦아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하나의 논문에서는 구운 고기를 먹을 때 상추, 깻잎, 마늘, 양파, 샐러리 등 채소류와 딸기, 사과, 계피, 홍차 등 과일과 차 종류의 음식을 함께 섭취하면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낮추어 준다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계피, 샐러리, 홍차, 양파, 상추 등이 뛰어난 발암물질 저감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해마다 여성 폐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비흡연 여성 폐암의 원인을 여성의 생활패턴과 주변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과 함께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재인식이 필요할 때입니다. 가정에서 주부들이 해 주는 음식이 그 어떤 음식점의 음식보다 맛이 있고 그 음식으로 인해 아이들과 가족들이 영양과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는 이면에 자칫 주부들의 건강이 희생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해뉴스 /홍태용 한솔재활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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