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훈 마르떼 대표

사람들이 수많은 오케스트라들의 연주를 들으며 품는 대부분의 의문들이 있다.
 
"지휘자는 왜 있나요?"
 
"오케스트라에는 몇 명이 필요하죠?"
 
"오케스트라 주인은 누구인가요?"
 
오케스트라에는 많은 악기 연주자들이 있다.
 
물론 곡과 시대에 따라서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목관에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금관에는 호른, 트럼펫, 트롬본, 튜바, 현악에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와 더불어 하프와 팀파니를 비롯한 다양한 타악기들이 있어야 한다. 하프는 전문 시립연주단체에서는 볼 수 있으나 비용적인 문제로 보통 민간단체에서는 피아노로 대체한다. 이렇게 한 악기에 한 명씩만 계산해보아도 14명이 필요하지만 이 14명만으로는 연주가 불가능하다. 
 
보통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려면 최소인원은 다음과 같다. 목관 파트에는 플루트 2명, 오보에 2명, 클라리넷 2명, 바순 2명이 있어야 하며, 여기에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피콜로도 1명이 필요하다. 금관 파트에 호른 4명, 트럼펫 3명, 트롬본 3명, 튜바 1명이라고 쳐도 11명, 현악 파트는 적어도 1st바이올린에만 최소 6~8폴트(12~16명)가 필요하다. 2nd바이올린 4~6폴트(8~12명), 비올라 3~4폴트(6~8명), 첼로 4~6폴트(8~12명), 더블베이스 1~2폴트(2~4명), 피아노 1명, 그리고 타악 파트에 적어도 3~5명, 몇관 편성이냐에 따라 또 틀리겠지만 이 인원수만 해도 대략 80명이다.
 
이 많은 연주자들이 제각각의 음악성과 개성을 지니고 있는데 어떻게 귀에만 의존하며 똑같은 박자에 똑같은 음량에 똑같은 빠르기로 연주가 가능하겠는가? 산재되어 있는 음악의 잔향부터 한 곳에 집중시켜 그 수많은 음악적 메시지를 지휘봉 하나만으로 통일 시킨다. 악기 저마다의 소리의 밸런스와 블랜딩의 그 정점에 위치시켜 놓는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르는 찰나의 순간들을 나열해놓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지휘자이다.      
 
지휘자에게는 다른 연주자들보다 더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지휘자도 다른 연주자들과 마찬가지로 연주자인데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경영인의 모습이 더 요구될 때가 있다. 대부분의 사설 오케스트라에서 운영의 전반적인 몫은 지휘자에게 돌아간다. 연주자들의 인사문제와 더불어 레퍼토리, 리허설 일정 및 연주 일정까지 수많은 과제들이 지휘자에게 요구된다. 계약직으로 지휘자를 초빙하는 해외와는 다른 형태이다. 물론 모든 해외의 오케스트라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의 시립교향악단은 사설오케스트라가 운영되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띤다. 
 
오케스트라의 주인은 누구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단체의 설립이 어떻게 되었고,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대부분의 사설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주인이며 최고경영자이며 최고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모든 단체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사설 오케스트라는 대규모 비정규 계약직 시장을 형성한다. 심지어 연주를 위한 단발성 '헤쳐모여 오케스트라'도 수많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비정규시장에서 단원들은 지휘자에 의해 단기 계약이 성사된다. 흔히 연주를 위해 '몇 회 연습에 연주 한 번, 보수는 얼마'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이로써 지휘자와의 갑과 을 관계가 형성된다. 연주자들은 음악적 견해를 쉽게 내놓지 못한다. 지휘자에게 미운털이 박히면 다음번 계약은 없던 일이 되어버리고 더불어 지휘자들 입방아에 오르게 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연륜 있는 연주자일수록 침묵이 금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지휘자의 잘못된 음악적 해석일지라도 연주는 하나같이 암묵적으로 풀어내야만 하는 어려운 암호가 되어 버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연주는 지휘자의 손길만으로 만들어 지는 것도 아니지만 지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면으로 따진다면 단원들의 비중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좋은 연주의 판가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지휘자의 역량과 단원들의 연주력이 아닌 그들간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관계. 지휘자와 단원들과의 관계, 바로 이것이 연주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휘자와 단원들이 갑과 을의 관계 속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공존하고 상생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한다. '지휘자를 위한 오케스트라'가 아닌 '오케스트라를 위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져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우리'라고 대답해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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