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수 국민참여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상동면 대감리 자택에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봉수는 끝났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에게 패했을 때 모두들 그렇게 말했다.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 '친노 세력의 성지'인 김해을 지역구에서, 그것도 20% 포인트 가까이 앞서다 역전패했으니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충격적인 패배 이후 이봉수 국민참여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자 내년 총선 출마는 물론 정치를 접었다는 소문은 더욱 무성해졌다. 지난 16일 <김해뉴스>는 상동면 대감리 이 위원장의 집을 직접 방문해 그를 만났다.
 
"소 키우며 농사일 돌보고 있습니다." 사람 좋은 미소를 머금으며 그는 최근 근황을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집 앞 텃밭에는 배추가 줄지어 조그만 싹을 틔우고 있었다. 뒷마당에는 소 10마리가 되새김질에 열중하고 있었다. 잡풀 하나 없는 배추밭이며, 소들의 털에 윤기가 흐르는 것을 보니 이 위원장이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짐작할 만했다.
 
선거 후 농사일 하며 심신 추스려
아직 출마 여부는 결정하지 않아,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 많이 남아

이 위원장은 "선거가 끝나고 심신이 고갈돼 본업인 농사일을 돌보면서 생각과 몸을 추스리고 있다"면서 "지난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패해 죄송한 마음에 공·사석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칩거에 대한 설명이었다.
 
불과 1천773표 차이의 패배였다. 사람이라면 아쉬움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패배한 이유에 대해 물어 봤다.
 
"하늘의 뜻이었다. 내가 너무 부족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이 위원장은 이어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지만 선거 과정에서 야권이 분열됐다"면서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친노세력마저 등을 돌렸었다"고 회상했다.
 
사실, 지난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야권 단일후보 지원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는 물론 민주당 소속 김해시장까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이봉수 위원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공공연히 나타내곤 했었다. 노건평 씨를 비롯한 일부 친노 세력과는 감정 싸움 양상을 보이기까지 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위원장이 유력 주자인 김경수 봉하마을 사무국장을 주저앉히고, 경선 룰 결정 과정에서 시민단체 중재안까지 거부하는 등 지나친 욕심을 부린 대가라는 평가도 많았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선 룰을 바로잡으려는 과정에서 오해가 많았다"면서 "유시민 대표는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야권 승리를 위해 우리당 분당을 후보를 사퇴시키고 강원도지사 선거 지원에 발벗고 나서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집권세력 퇴행적 행보 막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생각

어쨌든 보궐선거는 끝났고, 내년 총선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묻자 이 위원장은 "아직 출마한다거나 않겠다는 결정은 하지 않았다"면서도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어떤 식이든 도움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농민과 노동자 등 서민의 삶이 파탄났고 남북관계, 표현의 자유도 후퇴했다"면서 "집권 세력의 퇴행적 행보를 막기 위해서라면 작은 힘이라도 보탤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민참여당 후보로 나서 야권 단일화에 기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정치 환경은 항상 변하는 것이고 아직 총선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면서 "어떤 자리를 바라고 정치를 해온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열심히 일상을 사는 것도 정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곁에 있었던 농민 출신 최측근의 한사람이었다. 사람들은 박홍수, 김인식, 이봉수를 참여정부 농정3인방이라고 불렀다. 소년시절, 지독한 가난 속에서 동생들을 대신 학교에 보내기 위해 학업을 포기했으나 나이 마흔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인제대학교를 졸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 경남도지부장으로 임명받은 1998년에 처음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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