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영화 '1987'은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1987년 1월 '물고문 도중 질식사'로 사망하게 되면서 이 죽음을 알리는 시위와 함께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박종철 군이 죽음을 맞이한 남영동 대공분실 이라고 불리우는 그 무시무시 했던 곳, 잡혀 들어가면 죽거나 미치지 않고서는 벗어날 수 없는 그곳을 스크린에 담았다.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용기를 가진자들은 공포적인 감시를 뚫고 민주화를 위한 목숨건 걸음, 걸음을 걷는 사람들을 비춘다. 그리하여 끝내 전두환 정권은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는 6.29선언을 발표하며 국민앞에 무릎을 꿇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렸다.
 
영화가 끝이나고, 수 많은 관객들이 영화가 주는 여운에 쉽게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한다. 마른 침을 삼키고 먹먹한 가슴으로 극장 천정을 바라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함께 영화를 본 열아홉살 아들은 그렇게 어렵게 직선제를 쟁취했다는 것에 당황스러워 했고, 폭력적인 군사정부에 분노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얼마나 잔혹하고 암혹했던 현실을 딛고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아내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아들에게 들려주며 함께 동참했던 모든 분께 감사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한 동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숨이 가빴다. 순식간에 시간과 공간을 이동해 1987년으로 돌아와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메퀘한 최루탄 가스를 맡으며 백골단에게 쫒기는 나와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 거리를 메웠던 사람들이라면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젊은 청춘들의 안타까운 희생, 그로 인해 조금은 빨리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가는 길을 이끌어 주었던 수많은 시민들의 힘이 함께 모아졌던 1987년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렇듯 1987년은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을 되살렸고. 7~8월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 대투쟁'으로 번져갔다.  
 
이제, 다시 2018년 현재의 광화문을 바라본다.
 
어쩌면 수년 후 2017년 광화문 촛불집회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된다면 역사는 2017년의 광화문을 어떻게 기억할까? 광장을 메웠던 수많은 촛불을 어떻게 기억할까? 영화 '1987'처럼 아프게 그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촛불을 든 당신들이 이뤄낸 역사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서로에게 수고했노라 어깨를 토닥거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꼭 이야기 해주기를 바란다. 단결된 국민의 힘이 불의와 맞설 때 얼마나 위대한가를 말이다. 30년전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라고 외치며 사회 변혁을 위해선 목숨을 걸어야 했지만, 더 이상 목숨 걸지 않아도 된다는 경험의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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