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 등 시 62편 수록
“인간 온기 담은 따뜻한 시 쓰고파”


'꽝-하는 굉음/ 사거리 앞/ 배달의 기수가 대각선으로 미끄러지면서/ 오토바이와 함께 모로 누웠다/ 빨리 빨리를 외치는 고객과의 약속/ 타임 알바생에게 원활한 속도를 주문하는 주인/ 멈춰진/ 그 속도에 꼼짝하지 않는 영혼/ 헬멧 사이 쏟아지는 불빛/ 누구를 위한 숨 가쁜 속도인가'(박지현의 시 '배달의 민족' 중에서).

박지현(본명 박애향·56) 시인이 최근 시집 <하얀성>을 출간했다. 등단 이후 처음 내놓은 시집이다. 그는 지난 2009년 문예종합지 <새시대문학> 가을호에 시 '다솔사에서', '별'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이번 시집에는 '배달의 민족', '하얀성', '유통기한', '개밥바라기' 등 62편의 시가 수록됐다.

박지현 시집 <하얀성>.

박 시인은 "도시에서 나고 자라 과거에는 시골정서를 잘 알지 못했다. 지금은 한림면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생활 속의 작은 반짝임들을 시적 모티브로 삼았다. 여태껏 다루지 못했던 서정, 타인을 향한 따스한 시선, 자연에 대한 경외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배달의 민족'에서 '빨리 빨리'를 외치는 속도전에 희생된 한 배달부의 모습을 그려냈다. 타인의 고통을 통해 경각심을 갖길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다른 시 '고독의 끝'에서는 임대아파트에서 고독사한 50대의 외로운 사연을 '아무도 맡지 못한 냄새'로 풀어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슬픔에 공감하고 타인을 배려하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새해에 읽으면 좋을 따스한 시도 게재했다. '봄을 머금다', '쓸쓸함, 그 꽃', '세상 속으로'는 각각 봄의 싱그러움과 노년에 품은 작은 소망, 훈훈한 자원봉사 현장을 다룬다. 김해 곳곳을 소개한 '한림정역', '화포천을 위한 습작', '5월 봉화산 길목'도 함께 실렸다.

박지현 시인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김해문인협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 출생으로 인제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사용하는 언어도 나이가 들게 된다. 살아있는 시어를 많이 반영해 늘 생생한 젊은 언어를 쓰고 싶다. 앞으로 인간의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따뜻한 시를 써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서출판 지혜/ 1만 원.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