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 등
기원과 운명에 관한 고찰



나는 누구인가? 흔히 자신에게 한 번쯤 던져본 질문이다. 이것을 넓히면, 우리는 누구인가? 우주에는 우리만 있는가? 우리는 왜 여기 있는가?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가? 등이 될 터이다. 이 또한 한 번쯤 궁금해했던 내용이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우리는 우주의 일부라고 말했다. 하늘을 올려다본 사람이라면 모두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은 우리 지구와 함께 우주를 구성한다. 그야말로 '인간의 우주'다.
 
맨체스터대학교 물리학과 브라이언 콕스 교수가 펴낸 <인간의 우주>는 우리의 기원, 운명 그리고 우주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묻는 책이다. 책은 기존의 과학책이 주는 딱딱함을 뺐다. 말랑말랑하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인류 문명의 위대함과 마주할 수 있는 탁월함을 선사하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은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바로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주에는 우리만 있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여기 있는가?,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가?'이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에서는 16세기까지만 해도 중심이었던 지구가 어떻게 변방으로 좌천되었는지 그 과정을 설명한다. 16세기 사람 조르다노 브루노(1548~1600)는 우주가 무한하다고 주장하다 처형을 당했다. 그전 세대, 즉 과학적 지식이 없던 시대에는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마이오스 등의 철학자들에 의해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중세시대에는 신이 모든 것을 창조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조르다노 브루노 이후 요하네스 케플러, 갈릴레오 그리고 마침내 아이작 뉴턴,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천문학자와 수학자가 태양계의 작동 원리를 파악해나갔다. 그 결과 나온, 정밀한 이론은 오늘날에도 이를 바탕으로 외계행성에 우주탐사선을 보내기에 충분할 만큼 훌륭하다. 아폴로 8호에 탑승한 미국 우주 비행사들이 1968년 12월 24일 달 궤도를 돌며 촬영한 '지구돋이'라는 한 장의 사진은 상징적이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주에는 우리만 있는가?'. 이 장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문이었다. 책에서는 페르미의 역설(외계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과 인류가 그들과 접촉하지 못한 현실 사이의 모순)부터 드레이크 방정식까지 훑으면서 이 광활한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우리 인간만 존재하는지 밝혀내려는 과학자들의 연구를 소개한다. 저자는 확정적으로 대답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도 전제를 달고 말한다. "만약 우주의 크기가 무한하다면,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고. 영국의 과학소설(SF) 작가 아서 C 클라크는 이렇게 말했다. "어떨 때는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것 같고 또 어떨 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두 경우 모두 충격적이긴 매한가지지만." 지구에 발을 딛고 있는 우리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왜 여기 있는가?'에서는 탄생한 지 138억 년이 지났다고 알려진 우주의 기원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다. 빅뱅 이론과 암흑에너지, 우주의 근본 요소와 열두 가지 물질 입자 등에 대한 최신 과학 이론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한 인간이 바로 지금 이 시대, 여기 지구에서 태어난 엄청난 행운 또는 우연을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1억 8000만 개의 정자 가운데 단 1개가 난자와 만나 새로운 인간을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자연의 지문, 수학의 언어로 쓰인 자연, 빅뱅 이전의 시간에 대한 내용도 너무나 흥미롭다.
 
'우리는 누구인가?'에서는 인간의 기원을 탐구하고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가?'에서는 전 우주에서 유일한 문명으로 알려진 지구가 한순간에 파괴될 수도 있음을 느낀다.
 
저자는 "우리도 자연법칙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으니 우주의 천체들보다 딱히 더 가치 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나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전 인류의 존재가 나에게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주는 분명 의미가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하나뿐인 우리 지구의 미래를 위해 인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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