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웅덩이 만난 소녀
기발하고 유쾌한 해법 찾기



비가 그치고 상쾌해진 마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이끌려 소녀는 동네 산책을 나선다. 마을길에 맞닥뜨린 웅덩이를 보며 소녀는 당황한다. 웅덩이에 빠지면 양말이 젖고 구두가 지저분해질 것이 뻔한 터라 소녀는 어떻게 이 웅덩이를 건널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다. 소녀는 마침내 이 웅덩이를 건널 수 있는 방법을 9가지나 발견한다.
 
첫 번째는 눈과 귀를 모두 가리고 웅덩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피해가는 것이다. 멀리 돌아갈수록 좋다. 두 번째는 컴퍼스 전략이다. 웅덩이 지름이 얼마나 되는지 어림짐작해서 한쪽 발을 웅덩이 가장자리에 딛고 다른 발을 반대편 가장자리까지 쭉 뻗어서 웅덩이를 지나간다. 세 번째는 캥커루식 뜀뛰기. 물 가까이에서 두 발을 모으고 무릎을 살짝 굽힌 다음 캥거루처럼 뛰어올라 웅덩이를 가볍게 넘어간다. 네 번째는 외나무다리 전법. 길이와 너비가 넉넉한 널빤지를 골라서 웅덩이 위에 잘 고정한 다음 조심 조심 균형을 잡고 웅덩이를 건너간다. 발아래 낭떠러지가 있다거나 배고픈 악어들이 있다고 상상하며 건너면 더욱 재미있다. 다섯 번째는 징검다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알맞은 크기의 돌이나 물건을 몇 개 웅덩이에 넣고 돌이나 물건을 징검다리 삼아 웅덩이를 건넌다. 여섯 번째는 제일 편안한 방법으로 친구의 자전거를 타고 웅덩이를 건널 수 있다.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면 친구에게 막대사탕 하나를 선물하고 더러워진 친구의 자전거를 함께 닦아주는 것이 좋다.
 
일곱 번째는 커다란 개를 만날 수 있다면 개의 등에 올라타고 웅덩이를 건널 수 있다. 흙탕물이 튀지 않게 개를 잘 다독여줘야 한다. 여덟 번째는 그네로 건너는 것이다. 웅덩이 반대편에서 그네에 올라타 웅덩이를 넘어서기 알맞은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 펄쩍 뛴다. 잠시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곡예사처럼 웅덩이 위에 밧줄을 걸고 공중에 매달린 밧줄 위를 걷는 방법이다. 웅덩이를 건너다가 미끄러져서 웅덩이에 빠질 수도 있다. 마침 웅덩이에 빠진 친구가 신나게 물장난을 하고 있다. 웅덩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고민하고 여러 방법을 시도했는데 친구는 웅덩이 안에서 재미있게 물놀이를 하고 있다. 소녀도 과감하게 웅덩이에서 발을 굴러 뛰어본다. 첨벙첨벙 물장구치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지 깨닫는다.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은 어린이 그림책이지만 삶에 대한 철학이 담고 있다. 누구나 살아가며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고 어떻게 그걸 풀지 고민한다. 삶의 웅덩이인 셈이다. 웅덩이를 건너기 위해 소녀가 생각한 9가지 방법은 우리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책에서 제시한 9가지 방법 외에도 분명히 또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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