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죽고 병들어 가는데도
그게 잘못된 교육 탓인지 모른다”
교육실천가 철학과 사상 담아



페스탈로치, 피아제, 존 듀이, 이반 일리치, 프뢰벨, 몬테소리…. 모두 한 번쯤 들어봤을 교육사상가들이다. 우리는 흔히 교육 사상가라고 하면 대부분 이들의 이름을 떠올리고 이들의 말을 인용한다. 1945년 이후 우리 교육이 이식된 서양 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었으니 크게 놀라거나 새로울 게 없다. 그렇다고 이들의 교육 사상이나 방법이 허약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학문이나 과학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게 많았다. 새로운 교육 사조가 생길 때마다 우리 토양에 맞는지는 톺아보지도 않은 채 무작정 들여와 교육 현장에 마구 뿌렸다. 교육 방법과 교육 철학도 바깥에서 일어난 것을 더 높이 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늘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 있었다. 우리 땅에 맞는, 우리 현실에 맞는 교육 철학과 방법으로 가르치고 싶은 열망.
 
우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교육사상가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이오덕(1925~2003)이다.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우뚝한 교육사상가요 교육철학자였다. 또한, 어린이문학가며 교육운동가, 우리말 연구자였다. <교사, 이오덕에게 길을 묻다>는 그의 교육 철학과 사상을 자세히 살피고 간추려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책이다. 그렇다면 왜 이오덕인가? 저자는 지금 우리 교육은 5년 앞도 감히 내다보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도무지 교육이 될 수 없는 일을 교육이라고 막무가내로 우기고 아이들이 죽고 병들어 가도 그게 잘못된 교육 탓인 줄 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 교육이 어떤 길로 가야 하는가를 앞에서 보여 준 이가 바로 교육 실천가 이오덕이라 힘주어 말한다.
 
그렇다면 이오덕이 생각하는 교육이란 무엇일까? 그건 사람을 사람이 되게 하는 일이었다. 그런 사람이 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반민주, 반민족, 반인간, 반생명 교육을 물리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입으로만 가르치고 잡동사니 지식을 읽어라, 써라, 외우라고만 하는 교육은 아이를 억누르고 휘두르는 속 빈 교육이요 거짓 교육이요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교육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오덕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삶을 가꾸는 교육'에서 찾는다. 삶을 가꾸는 교육방법으로 듣기 교육, 말하기 교육, 생태 생명교육, 민주시민교육, 일하기 놀이교육, 문화예술교육 등을 제시한다. 특히 비뚤어진 겉치레 교육, 비인간화 교육을 극복하고 참교육을 실천할 방법으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제시해 '참된 사람'을 기르자고 주장한다.
 
책은 이처럼 이오덕의 교육에 대한 밑바탕 생각, 민주적 삶을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교육 목적,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가 된 삶이라는 교육과정, 삶을 가꾸는 교육이라는 교육 방법을 두루 살핀다. 책은 '우리는 왜 애써서 교육을 하는가'를 묻고 또 물으면서 그 해답을 이오덕에게서 찾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오덕의 이런 교육사상을 퍼뜨려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우리가 이오덕을 공부하고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 "어른들은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며, 아이들에게 어떤 지식이나 교육이나 생각을 자꾸 쑤셔 넣어주려고 하지 말고, 그들과 같이 놀고 일하는 동안에 함께 이치를 깨닫고 지혜를 얻고 삶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이오덕이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말이다. 교육은 초·중·고 12년 동안 풀어낸 문제 개수나 읽은 책, 봉사 시간과 동아리 활동 시간 같은 숫자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책은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말과 마음과 몸짓과 꿈을 알아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게 교육이라 얘기한다. 학생 하나하나가 자기다움을 찾아가도록 응원하는 일이란 것을 말이다. 우리는 왜 애써서 교육을 하는가 하는 본질로 돌아가 묻고 또 묻게 만드는 책이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