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변호사가 김해를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당 경선룰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봉하마을 묘역 참배 "불리하지만 파국보다 합의 중요"
문재인 이사장과 면담 후 발표, 범야권 단일후보 내달 3일 경선

박 변호사는 지난 24일 진영읍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40분 가량 면담을 가진 뒤 "민주당이 주장해온 여론조사, TV토론 후 배심원평가, 국민참여경선을 종합한 경선룰을 받아들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범야권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51) 의원, 민주노동당 최규엽(58) 새세상연구소장, 시민사회 측 박원순(55) 변호사가 참여해 다음달 3일 경선을 치르게 된다. 방식은 여론조사(30%), TV토론 후 배심원 평가(30%), 국민참여경선(40%)을 합쳐 뽑게 된다.
 
당초 민주당과 민노당은 여론조사 이 외에 단일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반 서울시민과 당원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박 변호사 측은 여론조사만의 경선을 요구해 왔다.
 
줄다리기 끝에 박 변호사 측은 배심원제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배심원제는 일정 규모의 배심원단을 미리 구성한 뒤 3명 후보자 간 TV토론 직후 배심원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방안이다.
 
이는 박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앞서온 경선구도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최근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야권 후보 중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조직 동원력은 정당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국민참여경선에선 다소 불리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정당도 조직도 없는 입장에서 불리할 수 있지만 수용한다"며 "파국보다 합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며 어떤 조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권통합 후보로 한나라당 후보에 맞선다는 것은 1천 만 서울 시민과의 합의이고 약속이다"며 "개인의 유·불리를 따지기에는 지난 10년 서울시민의 고통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계산하느라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안철수 원장과 합의한 정신도 그런 것이며 이것이 새로운 변화이며 시대정신이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내 마음을 비우면 국민의 더 큰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조언과 격려에 힘입어 오늘의 어려운 결정에 이를 수 있었다"며 문 이사장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
 
문 이사장은 박 변호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 나란히 선 채 "이번 서울시장 선거 승리는 총선의 결정적인 바람이 될 수 있고, 대선에서도 역동적인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며 "어렵게 민주당의 경선룰을 수용해 준 박 변호사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같은 날 창원시내 호텔에서 김두관 경남지사를 만나 "국민의 마음을 사고 경선 자체를 축제로 만들기 위해 민주당의 경선 룰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이에 대해 "큰 결단을 했다"며 "민주진보진영 전체를 위해서나 본선 경쟁력을 위해서도 잘 한 것 같다"며 박 변호사를 치켜세웠다. 김 지사는 또 "박 변호사는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 등을 통해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했다"며 "직접 돕지는 못하지만 당선 후 서울시와 많은 교류를 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은 25분가량 대화를 나눈 후 기자들을 물리고 잠시 밀담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