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섭 선임기자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고 부러워하는 것은 대중교통 체계이다. 우선 편리하다. 전철과 시내버스 간의 무료 환승 제도가 있어 추가 비용 없이 목적지로 갈 수 있다. 택시도 쉽게 탈 수 있고 기사들은 대체로 친절한 편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놀라는 5가지' 등에 대중교통이 항상 1, 2위에 오르는 이유이다.
 
하지만 김해는 예외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시내버스 노선이 복잡하고 배차 간격이 길다. 마지못해 택시를 탈려면 어디에 숨었는 지 보이지도 않는다. 콜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고, 콜 비용은 물론 이용자 부담이다. 바로 이웃에 가는 데도 읍면 경계를 넘었다며 복합할증 명목으로 미터기 요금에 40%를 더 붙여 내야 한다. 기사들은 부부싸움이라도 했는지 대체로 불친절하고 난폭운전을 일삼는다. 김해를 찾는 다른 지역 사람들, 아니 김해에 사는 55만 시민들의 생활 불만족 순위 1위가 바로 대중교통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문제가 어제 오늘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도 알고, 이웃집 김씨도 알고, 시의원들도 알고, 시장도 안다. 김해시 홈페이지의 '시장에게 바란다' 란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시내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에 대한 불만 글이 올라온다. 버스 노선을 조정해 달라, 배차 간격을 좁혀 달라, 복합할증제를 폐지해 달라, 불친절한 기사에 대한 조치를 요구한다 등등. 답변은 천편일률적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건의사항을 수용할 수 없"고, "추후 검토하겠"으며 "운수종사자 교육 및 지도에 철저를 기하도록 요청"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답변에 대한 재문의와 반발이 계속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것들이 하나 둘 쌓여서 김해 시정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문가지인 셈이다.
 
지난 달에 눈 쌓인 한라산을 보기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제주시가 대중교통 체계를 전면 개편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이용해 보니 너무 편리하고 잘 짜여져 있었다. 먼저 모든 시내버스는 간선과 지선 두 가지로 운행된다. 간선버스는 주요 간선도로를 통행하고, 지선버스는 구석구석을 촘촘히 잇는다. 읍면 지역만 순환하는 공영버스도 신설됐다. 여기에 주요 관광지를 운행하는 관광지순환버스가 환승센터를 통해 연결돼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대중교통 서비스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같은 편리함으로 인해 시내버스 이용객이 10%나 늘어나며 교통혼잡 완화와 수입 증대에도 기여했다. 
 
김해시는 제주도와 같은, 아니 비슷하기라도 한 대중교통 체계를 왜 구축하지 못하는 걸까? 시민들의 불편을 알면서도 계속 방치하는 것은 무능일까, 오만일까, 아니면 말 못할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당장 내외동과 주촌면 경계지점(외동고개), 삼계고개 등 5개소에 설치된 복합할증구간부터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김해시 자체 고시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 2011년 실시하려다 무산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도 매년 1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적자노선 보전 명목으로 버스업체에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현실에서 '돈' 문제로 준공영제를 계속 미루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준공영제 도입과 함께 버스 노선을 제주도 방식대로 간선-지선-마을버스 체계로 개편하고, 환승센터를 설립하는 등 김해 대중교통 체계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4년 동안 김해를 이끌어갈 새 시장과 시의원 등을 뽑는 6.13 지방선거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참 일꾼'을 자처하는 후보라면 무엇보다 먼저 대중교통 체계 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고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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