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이성철·이치한 지음/호밀밭/366p/1만7천 원)

창원대학교 사회학과 이성철 교수와 이치한 교수가 노동전문가의 시각으로 노동영화, 혹은 노동을 소재로 한 영화를 재해석한 책. 한국, 미국, 영국,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의 노동영화 15편이 소개된다. 주제 역시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청년실업, 노동정치, 노동운동 등 노동현실 만큼이나 복잡하다. 이 책의 KDC 분류번호로 680(연극 영화)이 부여됐으나, 330(사회문제)를 붙이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어렵고 딱딱하게 여겨지는 노동문제가 각 나라의 영화 속 에피소드를 통해 쉽게 전달되는 장점도 있다. '처음 이 책은 사뭇 낯설게 다가왔으나 어느새 흥미진진하게 빠져드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용관(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씨의 말이다. 외국영화가 낯설다면 우리나라 영화 편부터 펼쳐보는 것도 좋겠다. 그만큼 '영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노동'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한국영화로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파업전야'가 소개되어 있다. '그가 없었다면 한국 노동자들의 인권은 수십 년 뒤에나 존중받았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 전태일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기획시대와 전태일기념사업회(현 (재)전태일재단)에서 공동으로 제작했지만 당시에 제작비가 모자랐다. 2만원 이상을 내면 영화제작자가 될 수 있다는 홍보를 통해 전국에서 약 7천 여 명의 후원자가 모였다.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이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장면 역시 장관이었던 것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오늘날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을 조망해보는 계기가 되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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