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해시 장유3동에 사는 이모(53) 씨는 최근 전립선 비대증 진단을 받았다. 지난 겨울부터 소변줄기가 가늘고 중간에 끊어져 다시 힘을 줘야 하는 현상이 생겼다. 여기에다 잠 자는 도중에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 경우까지 많아져 병원을 찾은 결과 전립선 비대증이었고 약을 처방받았다. 전립선암으로 발전되는 건 아닌 지 걱정이 앞선다.

#2. 밀란 쿤데라의 소설 '무의미의 축제'에는 스탈린과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있던 칼리닌의 일화가 등장한다. 노동자 출신으로 소비에트연방 최고회의 의장까지 올랐던 칼리닌은 전립선 비대증으로 오줌을 참지 못했고, 스탈린은 자신의 연설 중에 감히 화장실을 가지 못해 결국은 바지에 오줌을 지린 칼리닌을 보며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주증상 '잔뇨 절박뇨 야간뇨'
50세 이상 매년 검진 받아야
소변은 앉아서 보는 것이 도움



■전립선이란
전립선은 남성의 생식기관으로 방광의 아랫부분에서 요도를 반지처럼 감싸고 있다. 정액의 30% 정도를 생산해 배출하며, 요도 감염을 방어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전립선염, 전립선 비대증, 전립선암 등 많은 질환이 발생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여성의 자궁이 노화하면서 자궁경부암, 자궁근종 등이 잘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전립선은 의자에 앉았을 때 회음부에서 수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며, 바로 뒤쪽으로는 직장이 자리잡고 있다. 의사가 항문을 통해 직장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직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전립선 비대증은 전립선이 점차 커지는 질환이다. 동아대병원 비뇨의학과 김태효 교수는 "비대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해 소변을 보기 힘들고 소변을 보는 힘이 약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보통 전립선은 호두 알 정도의 크기(20㏄)인데, 이것이 귤이나 야구공(40~60㏄)만큼 커져 요도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암이 커지면 요도를 압박해 전립선 비대증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노년기 삶의 질 악화 주범
전립선 비대증은 발생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으나 점차 전립선이 커지면서 소변의 통로를 막게 돼 소변을 보기가 힘들어진다. 주요 증상으로는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가늘어짐 △소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 △2시간 이내에 다시 소변을 보는 빈뇨 △소변을 참기 어려운 절박뇨 △잠 자는 도중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 야간뇨 △소변이 금방 나오지 않아서 아랫배에 힘을 줘야 함 등이다.
 
이들 6개 항목을 각각 0점~5점으로 점수화한 것이 '국제전립선 증상 점수'다. 7점까지는 경미, 8~19점은 중간, 20점 이상은 심한 증상으로 분류한다. 칼리닌의 일화는 빈뇨와 절박뇨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립선 비대증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크게 노화와 남성호르몬의 두 가지 요인이 원인으로 의심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시작돼 50대에는  50%, 60대에는 60~70% 정도 나타난다. 또 70세 이상이 되면 거의 모든 남성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이어서 노화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 질환이 배뇨 장애를 일으켜 노년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화장실에 자주 가다 보니 장거리 여행이 힘들고, 소변을 지려 속옷에 묻게 되면 위생문제나 냄새 때문에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기능이 감소하고, 야간뇨로 수면장애도 생긴다.
 
전립선 비대증은 또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요폐를 비롯해 방광 결석, 방광염, 신부전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김태효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은 사람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배뇨장애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소변 패턴이 바뀔 경우에는 비뇨기과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는 경우, 소변을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물, 채식이 예방에 도움
전립선암은 전립선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미국에서 남성 암 발생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암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50대 전립선암 환자가 10년 전에 비해 55% 늘어나는 등 전립선암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립선암은 전립선 비대증과는 상관 관계가 없는 별개의 질환이다. 전립선 비대증이 오래됐다고 전립선암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전립선암은 또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발견이 쉽지 않다.
 
김태효 교수는 "허리가 아프다며 병원을 찾은 사람 중에 전립선암이 뼈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도 적지않다"며 "50대 이후부터는 증상 여부에 상관없이 매년 전립선 검진을 받는 것이 조기발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립선암은 혈액 속의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전립선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커지기 때문에 전립선 비대증은 예방이 불가능하다. 다만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많이 하면 전립선 관련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토마토와 카레, 녹차, 콩 등이 전립선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물은 하루에 1~1.5ℓ 정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원활한 배뇨 활동에 도움을 준다. 다만 저녁 식사 후에는 수분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오래 참지 않으며, 소변을 볼 때 힘을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전립선 비대증은 호전될 수 있다"며 "방광에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소변을 앉아서 보는 것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편 감기약의 일부 성분(항히스타민 제제)은 전립선을 수축시켜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전립선 비대증 환자는 감기에 걸렸을 때 반드시 의사에게 알리고 주의해서 약물을 처방받아야 한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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