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벽을 용기있게 무너뜨릴 수 있다.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계속 불평만 하고, 자신을 구해 줄 구세주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나는 책 읽는 것, 이야기를 듣는 것,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외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듣던 이야기는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다. 그런 나에게 동화구연가의 길을 가게 해 준 책 한권이 있다.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이다.
 
스펜서 존슨의 인물묘사와 언어구사는 변화의 홍수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교훈을 주었다. 우리는 나름대로 자신만의 치즈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치즈를 얻게 되면, 그만 그 곳에서 안주하려는 집착에 얽매인다. 책을 읽던 당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현 시점에서 10년 뒤의 내 모습은 어떻게 변화해 있을까? 새로운 치즈를 찾아 그 치즈와 함께 행복을 누리고 있을까? 아니면 막다른 골목에서 절망하고 있을까?
 
책은 재미있는 우화로 구성돼 있다. 두 마리의 생쥐(스니프와 스커리)와 두 명의 꼬마인간(헴과 허)은 치즈를 찾기 위해 미로 속에서 그들이 가장 좋아 하는 치즈를 찾아다닌다. 각자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C창고에서 치즈를 찾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헴과 허는 어느새 오만해지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기분에 취해 치즈가 바닥난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반면 스니프와 스커리는 시간이 흘러도 매일 하던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니프는 변화를 빨리 알아차렸고, 스커리는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겨 결국 새로운 치즈를 찾는 데 성공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생각했다. 변화는 내일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 변화는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기도 하고 보다 안전한 삶을 향한 이정표가 되어 주기도 한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낯익은 환경의 안락에 취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면 다가오는 미래가 불투명해져 간다는 사실이다.
 
결혼이라는 치즈를 찾아 안락한 가정을 꾸며 안주할 수 있었으나, 나는 새로운 치즈를 찾으러 나섰다. 그리고 동화구연가로서의 미래를 향해 걸어갔다. 누구든지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야만 한다. 그 자신의 인생을 아무도 대신 살아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나에게 일상적 삶에 있어서 변화와 창조적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해 준, 새로운 개척의 길이었다.
 
나는 동화구연가로서, 우리나라의 소년운동과 아동문학의 선구자로 나라사랑 어린이사랑에 온 몸을 바친 방정환 선생님을 롤 모델로 삼고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 갈 것이다. 방정환 선생님은 일제 암흑기 시절,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해방 메시지를 이야기 속에 들려주었다. 나는 음란물과 폭력, 인터넷 게임 등에 노출된 어린이들이 썩은 치즈를 과감히 버리도록 도와주고 싶다. 아이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우리나라의 언어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 나라의 보배로 자랄 수 있도록 좋은 멘토가 되고 싶다.


>> 김영미는
1962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김해 색동어머니회 초대회장을 맡았으며, 동화구연가이자 시낭송가이다. 김해YWCA, 제일평생교육원, 장유도서관, 안동문화의집에 출강하고 있다. 현재 김해YWCA이사 및 교육부 위원장, 나라 지킴이 어린이 봉사 단장, EQ 창의 동화구연교실 원장, 동화구연대회 심사위원, 유치원교사 매직스토리텔링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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