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죄송할 필요 없다, 내가 미안하다"


차범근 전 감독과 하석주 아주대 감독이 5일 방송된 SBS TV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20년만에 재회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 국가대표였던 하석주 감독은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 득점을 하고도 무리한 백태클로 인해 퇴장당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전 국민의 비난을 받았다.

한국은 이어진 2차전에서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게 0-5로 패배, 2연패를 기록하고 대회를 조기에 마감했다.

또한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차범근이 도중에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날 녹화장에 깜짝 등장한 하석주는 차범근을 보자마자 그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다.

차범근은 "왜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고 사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뭘 죄송하냐. 축구 하루이틀 하는거 아닌데"라며 하석주를 다독였다. 이를 지켜보던 최용수, 김어준도 눈시울을 붉혔다.

차범근은 "98년 당시 나만 힘든게 아니라 하석주 선수도 상당히 어려웠다"며 "미안하다. 그런줄 알았다면 한번 불러서 서로 이야기도 했을텐데. 경기장에서 그런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미소 지었다.

하 감독은 "제가 시력이 나쁜 데도 차범근 감독님은 멀리서도 다 보였다. 월드컵 이후 차마 감독님 앞에 설 자신이 없어 피하고 도망 다녔는데 그게 벌써 20년이나 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차 전 감독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렵게 용기를 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어 20년간 묵혀둔 서로의 사연과 이번 월드컵 경기 분석, 대한민국 축구의 과제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녹화를 마친 하 감독은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디지털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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