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조치 없이 석면 천장재를 떼어내고 에어컨 교체를 진행하는 모습.

 

방학동안 김해 4개교 석면 제거
무더위 속 일정 맞춰 '강행군'
안전조치 없이 에어컨 교체하기도


 
경남도교육청이 10년 내 도내 모든 학교의 석면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계획으로 석면 제거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학사 일정에 맞춘 빠듯한 공사 추진에 애로점이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2016년부터 도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석면 제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학교 관계자, 학부모,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석면 모니터단'을 꾸려 석면 제거 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했지만, 석면 공사에 대한 매뉴얼이 미흡하거나 석면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석면은 뛰어난 내화성, 단열성, 절연성, 내마모성 등으로 '기적의 물질'로 불리며 건축재로 주로 쓰였지만, 이후 호흡을 통해 가루를 마실 경우 폐암이나 폐증, 늑막, 흉막에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밝혀지면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이후 석면제품의 사용이 전면 금지됐지만, 이전에 사용된 석면 제품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김해의 경우 구산초, 금동초, 한얼중, 장유초는 2016~2017년 석면 제거를 완료했다. 김해대동중, 내동중, 삼정중, 생림중, 신어중, 영운중, 한림중, 가야고, 건설공고, 김해여고, 석봉초, 영운초 등이 석면 제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는 석봉초, 영운초, 내동중, 한림중의 석면 제거 공사가 진행됐다.
 

▲ 석면 제거 이후 시설물이 노출된 모습.
▲ 석면 제거 작업 전 비닐 보양 작업을 마친 모습.

그러나 학생들이 없는 방학 동안 석면 제거 공사를 진행하면서 무리하게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린 가운데 석면 가루가 날아가지 않도록 비닐로 3중 보양 작업을 한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됐다.
 
모니터단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작업장 내부의 체감 온도가 60도에 육박했다. 뉴스에서는 연일 폭염특보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하는데 일정에 맞춰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강행군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목숨을 건 공사였다. 작업자들 사이에 '더 이상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큰일 없이 공사가 마무리 된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공기 측정, 3중 비닐보양 등 신중을 기해 안전하게 석면을 제거하는 가운데 교내 다른 교실에서는 사전 안전조치 없이 석면 천장재를 떼어 내고 에어컨을 교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석면 제거 대상 교실의 경우 집기 등을 치운 후 공사를 했지만, 에어컨 공사는 교실 내부 집기들이 그대로 있는 상태로 이뤄졌다. 우연히 모니터단이 이를 발견해 문제를 제기하자 학교는 에어컨 교체 교실에 추가 청소를 실시했다.
 
이를 지켜본 학부모는 "한 쪽에서는 무균실 수준으로 작업을 하는데 한 쪽에서는 천장재를 그냥 뜯어냈다니 너무 황당했다. 아직까지 학교에 석면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심하고 학교 공사에 대한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모니터단에 참여한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정진영 사무국장은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석면을 제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제거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모니터단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아쉬웠다"고 밝혔다.
 
김해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진행과정 중 발생한 애로사항 등을 충분히 검토해 더 나은 환경에서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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