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대 아이돌 H.O.T. [사진출처=연합뉴스]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5만석 가득 채운 하얀 우비
망치춤·벙거지 모자까지 1990년대로 추억여행
H.O.T.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자주 이렇게 함께하길"


이별인 줄도 모르고 헤어졌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6438일을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오빠들'이 돌아왔다. 변치 않은 모습으로.

1세대 아이돌 H.O.T.가 13일 '2018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 콘서트'(FOREVER HIFIVE OF TEENAGERS CONCERT)라는 타이틀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 등장하자 눈물의 함성이 쏟아졌다.

올림픽주경기장은 2001년 2월 27일 H.O.T.가 마지막 콘서트를 연 곳. 당시 리더 문희준은 "우리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약속했지만, 팀은 그해 5월 13일 결국 해체됐다.

17년 만의 재결합 콘서트를 앞둔 이날 공연장 앞은 이른 아침부터 인산인해였다. 30대가 된 팬들은 옛날 교복이나 H.O.T. 상징색인 하얀 우비를 입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갔다. 멤버들은 오후 7시부터 3시간 넘게 잊지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전사의 후예'부터 '우리들의 맹세'까지…멈추지 않은 떼창

"아∼∼네가 네가 뭔데!"

오후 7시 13분. 인사 없이 곧장 장우혁이 1996년 데뷔곡 '전사의 후예' 강렬한 도입부를 시작했다. 학교폭력을 비판하는 울분을 담은 노래로 멤버들은 이미 학부모가 될 나이가 됐지만 무대에서만큼은 패기 넘치던 옛 모습 그대로였다.

이어 2집의 '늑대와 양', 4집의 '투지'(GET IT UP)와 '더 웨이 댓 유 라이크 미'(The Way That you Like Me), 5집의 '아웃사이드 캐슬'(Outside Castle), 3집의 '열맞춰'(Line Up), 4집의 '아이야'까지 쉼 없이 내달렸다. 멤버들은 팬들에게 내리 7곡을 선사하고 나서야 가쁜 숨을 고르며 팬들을 찬찬히 응시했다.

"H.O.T. 리더 문희준입니다. 17년 만에 같은 장소이지만 너무 오래 걸려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H.O.T. 리드 보컬 강타입니다."

"H.O.T.에서 외국인을 맡았던 토니안입니다."

"잘 있었어요? 쿨워터 센터장 장우혁입니다."

"내년에 마흔살이 되는 H.O.T. 막내 이재원입니다."

H.O.T.는 지난 2월 MBC TV '무한도전-토토가'를 통해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500석 규모로 공연을 한 바 있다. 이날 멤버들은 5만석을 가득 채운 팬들을 둘러보자 감정이 복받친 듯했다.

문희준은 "2001년 제가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라고 얘기하고 나서 이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며 "진짜 여러분 하나도 안 변한 것 같다. 17년 전 약속을 지킬 수 있게 저희를 지켜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우혁은 "제가 이 자리에 선 것도, 이렇게 많은 팬이 온 것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고, 이재원은 "영광스러운 자리다. 여러분들에게나 우리에게나 선물 같은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강타는 "부담감이나 불안함도 있었다. 예전처럼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그런데 제 친구 중 하나가 여기를 꽉 채워준 여러분이 좋은 공연을 만들어주실 거라고 말하더라. 진심으로 여러분 덕분에 에너지를 받았다"고 말해 모두를 뭉클하게 했다.

팬들을 웃음 짓게 한순간도 있었다.

토니안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하자 문희준이 "실감 나게 해드릴까요?"라며 토니안의 볼을 꼬집은 것. 토니안이 "아 이제 실감 난다. 정말 90년대 개그 스타일"이라고 받아치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H.O.T.는 이어 '너와 나', '우리들의 맹세', 캔디', '행복', '내가 필요할 때', '위 아 더 퓨처'(We are the future), '고! H.O.T.!'로 공연을 펼쳤다.

또 강타가 리처드 막스의 '라잇 히어 웨이팅'(Right Here Waiting)을, 장우혁은 자신의 솔로곡 '시간이 멈춘 날'과 '지지 않는 태양'을 선보였다. 문희준 역시 솔로곡 '파이오니어'(PIONEER)를, 장우혁 이재원 토니안의 'JTL'은 '어 배터 데이'(A Better day)를, 토니안은 신곡 'Hot knight'를 공연하는 등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했다. 엔딩 곡은 늘 그랬듯이 '빛'이었다.


완전한 재결합 가능성…상표권 분쟁은 진행 중

H.O.T.는 오늘과 같은 재결합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토니안은 "오늘 어쩌다 보니 제 신곡이 나오게 됐다. 5명의 음악이면 좋았겠지만 아직은 준비가 덜 된 상황이라, 그날이 오는 날까지 제 음악도 많이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강타는 "그동안 저희를 통하지 않은 보도가 많았다. 죄송한 마음이 많다. 늦었지만 함께 모일 수 있어서 기쁘다"며 "앞으로도 자주 이렇게 모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말을 100%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자리에 서니 믿긴다. 홀로일 때 외로웠기에 이 자리가 더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문희준은 '우리들의 맹세'를 부르기에 앞서 "멤버들과 연습실에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 영원히 함께하자', '최선을 다하자'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팀명을 둘러싼 상표권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H.O.T. 상표권을 가진 연예기획자 김경욱 씨가 이번 콘서트에 앞서 상표권 사용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 이에 프로모션 과정에서 주최측 솔트이노베이션은 'H.O.T.'라는 약자 대신 'Highfive of Teenagers'를 전면에 내걸어 분쟁을 피했다.

궁여지책으로 이날 멤버들은 팬들에게 팀명을 외쳐달라고 부탁했다. 이재원이 "말해도 될까요?"라고 걱정하자 문희준은 "말은 괜찮지 않을까요?"라고 되받기도 했다.


팬도, 스타도 1990년대로 추억여행

멤버들의 스타일링은 1990년대를 충실히 구현했다.

'전사의 후예' 무대에선 토니안의 금발, 문희준과 강타의 칼머리와 펑퍼짐한 무대 의상까지 똑같았다. 당시 옷은 돌고 도는 유행을 타고 최근 '고프코어 룩'으로 주목받고 있다.

히트곡 '캔디' 무대에선 장우혁의 벙거지, 토니안의 고글, 문희준의 기즈모 인형이 등장해 팬들을 추억 속으로 데려갔다. 문희준은 파워레이서춤, 장우혁은 망치춤을 췄다.

장우혁은 "'캔디' 무대 의상을 거의 20년 만에 입는데, 스타일리스트가 옷 소재까지 똑같이 구현해주셨다. 신발도 그때 신던 걸 구해주셨다"고 설명했다.

토니가 아련하게 '캔디'의 "단지 널 사랑해" 파트를 부르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단지'가 문희준의 여동생 이름이고, 토니가 단지를 좋아한다는 내용의 1990년대 소문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응원법도 옛 느낌 그대로였다. 팬들은 '기다렸어 H.O.T.', '토니부인', '칠현사랑' 등 손팻말을 흔들며 환호했고, '우리들의 맹세' 무대가 끝나자 하얀 풍선을 하늘로 날렸다. 중국, 일본에서 온 팬들도 눈에 띄었다.

경남 창원에서 온 한윤희(30) 씨는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울었다. 어릴 적 그렇게 보고 싶던 콘서트를 이제야 본다. 이번 완전체 콘서트가 제 인생의 가장 큰 이벤트"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박혜영(32) 씨는 "초등학생 때 강타에게 팬레터를 써 보내던 게 생각난다. 옛날 생각이 나서 정말 좋다. 언제 또 이런 공연을 볼 수 있겠나. H.O.T. 포에버를 외치니 육아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디지털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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