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이해하기 질문·답변
그래픽·지도 등 입체적 표현
동서양 넘나들며 균형 잡힌 서술



요즘 모 방송국의 '알쓸신잡'이란 프로그램이 3편까지 이어가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문학·과학·도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와 국내는 물론 세계 각 지역을 여행하며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에 관해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이다.
 
'잡학'이고 '수다'라고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은 동서양과 고금의 문화와 문명을 넘나들며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지식의 향연을 펼쳐 인기를 구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출간된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도 그런 종류의 책이다. '빅뱅부터 2030년까지 스토리와 그래픽으로 만나는 인류의 역사'라는 부제부터가 벌써 그런 '박학다식'의 냄새를 풍긴다.
 
이 책의 저자는 트렌드 및 마케팅컨설팅 회사 대표이자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국내외 여행 모임의 리더로서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트렌드 전문가이다. 저자는 세계사를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배우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학문적 체계를 갖추는 대신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세계사 공부 방식을 제시한다. 역사를 움직인 100여 개의 결정적 사건과 그래픽을 통해 오늘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고 미래를 예견한다.

"역사의 진정한 목적은 단지 과거와 현재의 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투영하는 것에 있다"는 저자의 말에서 '역사의 트렌드를 알면 미래의 트렌드가 보인다'는 저자의 역사관과 역사 인식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세계사를 주요 사건 기준으로 선사시대부터 동시대까지 여덟 개의 시대로 구분한다. 그런 다음 시대별로 주요 사건을 꼽아 설명함으로써 세계사의 맥을 짚어 나간다. 이를테면 역사시대(기원전 3000년~기원전 500년)의 주요 사건으로는 로마공화정의 시작과 불교 탄생을 든다. 중세시대(800~1430년)는 명나라 정화의 세계 최초 해상 원정과 비잔틴제국의 쇠락이 키워드다.

근대시대(1750~1910년)의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발발, 현대시대(1910~1990년)의 독일 통일과 소련 공산주의 붕괴를 지나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동시대(1990~2030년)를 만난다. 동시대의 특징적 사건으로는 인터넷 혁명과 4차 산업혁명 본격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미국과 회색 자본주의로 급부상한 중국의 패권 다툼이 핵심적 쟁점으로 등장한다.
 
사건 위주의 독특한 서술 방식으로 세계사의 장면들을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이 책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역사 속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역사의 큰 줄기를 잡아가는 방식이다. 중국문명은 왜 양쯔강이 아닌 황허강에서 시작되었을까? 왜 로마제국은 기독교를 박해하다가 국교로 공인했을까? 십자군 전쟁은 어떻게 20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을까? 유목 민족에게 변발은 왜 필요했을까? 왜 중앙아시아 국가 이름에는 '스탄'이 붙을까? 등. 이처럼 세계사를 이해하기 위한 100여 개의 핵심적 사건과 질문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두 번째 특징은 질문들에서 나타나듯이 동서양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역사서술의 균형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시대를 구분한 기준이 되는 해를 살펴보면 동서양 각각에 중요한 사건이 있었거나 전 지구적 파급효과가 있는 사건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근세시대(1430~1750년)의 기준이 되는 1750년 무렵에는 중국이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유럽에서는 민주화와 산업화의 기반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서양사 중심의 반쪽짜리 역사를 넘는 통합과 균형의 세계사 서술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흥미를 유발하는 서술 방식이다. 책은 지도와 도표를 포함한 많은 그래픽으로 입체적인 표현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역사 속 스토리를 재미있게 풀어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추리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가 이미 19세기에 빅뱅 이론에 관한 '유레카'라는 책을 썼으며 이는 비록 산문시의 형태이지만 오늘날의 빅뱅이론과 매우 흡사하다는 식의 설명이 눈길을 끈다. 또한 서기 700년에 인구수가 가장 많은 도시는 당나라 수도 장안으로 100만 명이었는데, 이는 당시 비단길을 통해 많은 물건과 사람들이 들락날락한 세계 최대 도시 장안의 규모와 성격을 실감나게 증언해 준다.
 
역사를 기계적으로 외워서 생기는 고루함과 따분함을 벗어나 살아 숨 쉬는 역사의 생생함과 재미를 맛보고 싶다면, 이 책이 선사하는 역사 속의 흥미진진한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볼만 하다.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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