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렸을 때 직장 때문에 3~4년 정도 전원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우리 부부가 부지런을 좀 떨어 집 앞마당에 텃밭을 일구며 살았다.
 
어느해 봄, 한쪽 이랑에 고추 모종을 심어 두었는데 그 이랑 여기저기에서 방울토마토 싹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한 해 전에 그곳에 방울토마토를 키웠더니만 여기에 그 놈들이 씨를 뿌려 놓은 모양이다. 그래도 고추 모종을 심어 놓았으니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그 아까운 방울토마토 싹을 뽑아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 아까운 토마토 새싹들이 아무런 주저함이나 아쉬움도 없이 여느 잡초와 같은 취급을 받으며 내손에 의해 뽑혀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젠 토마토가 더 이상 토마토가 아니었다. 나는 그 때 "아! 토마토 싹이 토마토 밭에 나야지, 고추밭에 나니까 이 녀석도 잡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도 저마다의 향기와 빛깔과 쓰임새를 가지고 태어났을 터인데, 많은 부모들이 자신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을 무조건 '공부 밭'에 씨를 뿌리려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떤 경제학자가 말하기를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성적이 상위 30% 안에 들면 공부로 먹고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시대는 상위 성적 5% 안에 들어야만 공부로 먹고 살 수 있다고 한다. 공부 밭에 내버려진 95%의 우리 귀한 자식들이 그들의 향기와 빛깔과 쓰임새를 잃어버리고 잡초처럼 취급받으면서 자라고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든다.
 
멍게는 작은 유생 때 자기가 살 곳을 찾아 바다를 여기저기 헤엄쳐 다닌다. 그러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바위나 장소를 발견하면 거기에 달라붙어 성체로 변태한다. 사람도 다행히 토마토나 고추와는 달리 자기에게 맞는 밭을 고를 유년시절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귀중한 유년시절에 우리의 아이들은 열심히 자신의 빛깔과 향기와 쓰임새에 맞는 밭을 찾아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아이들을 너무 공부 밭에만 몰아넣지 말고, 이 밭 저 밭 다양한 경험과 경쟁 속에서 그들에게 맞는 밭을 찾게 해 주자. 제2의 김연아, 박지성이 공부 밭에서 잡초 취급 받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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