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낙동강 강변도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쌀쌀한 날씨에도 공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예전처럼 덤프 트럭이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움푹 패인 도로는 흉물스럽고 승용차는 계속 덜컹거린다.
 
나는 봄이 오기를 참고 기다린다. 내년 봄이 오면 낙동강 강변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 있을까? 파릇파릇한 풀밭이 펼쳐지고 낮은 과수원 나뭇가지 사이로 새들이 날아와 노니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강둑길을 가로지르는 자전거 행렬, 풀밭 길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무척산을 뒤로 하고 강 건너 천태산, 철길를 가로지르는 경부선 열차, 빛살을 받아 눈부시게 흐르는 낙동강을 상상하노라면 내가 벌써 무릉도원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 그동안 낙동강 정비작업은 극렬한 찬반의 논란 속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제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논란도 비껴가는 듯하다. 문제는 그 말썽 많았던 낙동강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이다. 만일 덩그렇게 넓은 풀밭만 멋쩍게 펼쳐 놓고 별스런 구조물도 없이 내버려둔다면 또 다른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여러 지자체는 4대강의 16개 보와 36경이 드디어 문을 열기 시작했다며 홍보를 하고 있다. 강 별로 특색을 살린 수변생태공원·자전거길·산책로·오토캠핑장도 있다며 이 시설들이 국민들에게 자연친화적인 여가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한다. 그들의 말대로 이루어지자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진정으로 자연생태를 보존할 것인지도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부산 강서구 강변의 체육공원은 구색 맞추기식으로 세워진 몇 개의 콘크리트 구조물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말이 체육공원이지 그냥 버려진 공터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강변 정비만 해 놓고 지속적인 투자가 뒤따르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다.
 
지금 김해지역은 삼랑진 철교 주변의 엄청난 규모의 강변과 도요마을의 삼각지 강변, 그리고 길게 넓혀진 대동 강변 세 곳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낙동강 정비사업의 결과 김해시는 엄청난 자연 환경의 특혜를 얻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 천혜의 강변이 특혜가 될지 애물단지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만일 정비만 하고 그냥 별스런 재투자 없이 내버려 둔다면 아마 찬반 논란을 벌였던 당사자뿐만 아니라 지켜보던 사람들도 허탈해질 것이다. 저렇게 내버려 둘 바에야 왜 그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였는가 개탄할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시점에서 차라리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싶다. 세 곳을 나름대로 특화해서 웰빙 김해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만일 삼랑진 철교 주위를 젊은이들을 위한 레저 스포츠 단지로 개발한다면, 도요 삼각지에는 야외 무대 하나쯤 세워서 가족 문화의 새로운 명소로 조성했으면 한다. 대동 구역은 좀 더 넓으니까 새로운 문화산업 단지로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이러한 나의 꿈이 실현된다면, 이름 그대로 웰빙의 이미지를 드러낼 수 있다.
 
웰빙(Well Being) 이란 이름 그대로 좀 더 나은 존재 되기이다. 21세기는 이데올로기도 개발논리도 더 이상 설득력을 갖추지 못 한다. 시민들은 더 이상 전체적 질서를 위한 희생물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제 개인 스스로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가족중심적 경향을 혹자들은 어두운 사회적 징조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입장은 다르다. 이제 그 어떤 정치적 이념과 사회 구성체적 요구도 개인을 더 이상 억압할 수 없다. 우리는 50년이란 세월을 그런 어두운 시대상황 속에서 참고 살아 왔다. 이제 그들에게 웰빙의 삶을 누리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21세기 지금 이곳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공동선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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