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환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다소 불편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인제대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여서 그렇습니다.

저는 인제대에 애정이 꽤 있는 편입니다. 80년대 중반쯤이군요. 신어산 중턱의 한 예비군 관리대대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절부터 인제대의 외형이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부산일보의 교육담당, 의료담당 기자 시절에는 대학과 백병원을 자주 방문했습니다. 의사교수 분들을 포함해서 저와 교분이 있는 교직원 분들이 30, 40 분은 족히 되는 군요. 그러다 보니 병원과 대학의 내부 사정에 대해 적잖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 대학의 장래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게, 자주 들려옵니다. 외부 환경 탓만은 아닌 듯합니다.
 
저는 최근 부산의 대학 총장님 네 분을 차례로 만났습니다. 표정이 어두운 분도 있었고, 밝은 분도 있었습니다.
 
그중 한 대학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총장님과 교직원들의 표정에 여유가 있었고 자부심이 드러났습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사장님. 인제대는 어떨 것 같습니까.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직원들은 재단과 대학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외부인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불만을 토로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구요?
 
예를 들어, <김해뉴스>는 지난주에 '교수평의회가 교무처장의 보직해임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 사안은 지극히 이례적입니다. 내부의 부조리가 잔뜩 바람을 먹은 풍선 마냥 부풀대로 부풀었다는 반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일 터입니다. '이병섭 교수 재임용 탈락과 철회' 건도 난맥상을 드러낸 사건 중의 하나였습니다.
 
또 하나, 이사장님께 보고가 된 것으로 압니다만, <김해뉴스>는 이사장님과 대학의 장기적 비전 문제 등을 두고 특별 인터뷰를 갖기로 돼 있었습니다. 몇 달 전의 일입니다. 헌데, 비서실장님께서 "이사장님이 급한 일이 생겨 서울에 가시게 됐다"면서 인터뷰 연기를 요청해 왔습니다. 그러려니 했는데, 그 뒤로는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사정을 알아보니 보직교수들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인터뷰 건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었습니다. <김해뉴스>에서는 사전에 질문지를 보내 민감한 부분은 걸러내도록 했는데도, 어떤 분은 껄끄러운 질문이 있다며 인터뷰 자체를 문제 삼았다고도 합니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사장님. 인제대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 역시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경전철 역명을 '인제대역'에서 '활천역'으로 바꾸는 문제에 대해 이사장님께서는 비상한 관심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만, 지역의 정서는 냉소를 흘리는 수준입니다. 대외교류와 협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하나의 증거에 해당할 것입니다.
 
대학 구성원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결국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보직 교수들은 다른 보직교수의 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아첨과 호가호위에 능한 일부 보직교수들이 이사장님의 눈과 귀를 가리는 탓에, 이런저런 사정이 이사장님께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푸념도 들립니다.
 
이사장님. 지금 인제대에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제가 앞에서 드린 말씀들을 점검해 보시고, 그 단초를 보직교수 인사에서 찾으시면 어떨까 합니다. '인사가 만사'란 말씀을 드리려는 것이기도 하고, '결자해지'를 하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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