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지방자치는 주민들에게 가장 가까운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에 최대한의 권한과 재원을 이양하여 주민 스스로의 손으로 자치단체의 정책을 수립·집행·평가하는, 즉 주민이 자치단체의 모든 정책에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 선진국들은 이미 자치단체의 조례안·도시기본계획의 수립이나 예산안의 책정 단계에서부터 주권자인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치·행정에 대한 주민참여는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이자 우리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 대한 주민참여를 허용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도입·운영이 국내외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물적 토대이자 정책기조를 좌우하는 것이므로, 결국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합리적 배분을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의사 결정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하는데, 이를 담보할 수 있는 효율적 수단이 전문가나 주민참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예산의 편성과 집행은 자치단체장과 관계 공무원이 중심이 된 집행부가 독점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주민선거로 선출된 장은 다음 선거를 의식해 선심성 사업이나 소모성 행사 등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재정지출을 해왔다. 부산-김해 경전철 사업의 적자보전 문제로 이미 계획돼 집행을 앞둔 수많은 우리시의 공공정책 사업들이 취소·연기·보류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사례이다.
 
그런데 광주광역시 북구청은 2004년 3월 25일 국내 처음으로 '광주광역시 북구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를 제정하여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참여를 폭넓게 인정해 왔다. 이 조례는 예산참여지역회의, 예산참여시민위원회, 예산참여민관협의회, 주민참여예산연구회 등 4개 조직으로 구성해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시 북구의 조례는 총 33개조와 부칙으로 구성되고, 제정 이후 8차례의 개정을 거쳤다.
 
우리시도 2007년 1월 15일 '김해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조례 제626호)를 제정했다. 동 조례는 모두 12개조와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동안 단 한 차례의 개정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조례의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제12조)고 규정하지만, 조례의 시행을 위한 시장의 규칙 제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조례 제정 이후 시의 예산안 편성에 주민참여가 논의된 적이 있었는지 알 길 없으나 조례 내용 역시 간결하기 짝이 없어, 적어도 그 점에서는 전형적인 '장식조례'에 다름 아니다.
 
주민참여예산제도가 국가 법률 차원에서 근거가 마련된 것은 2005년 지방재정법의 개정이지만, 당시에는 지방예산편성 과정에 대한 주민참여는 재량사항이었다. 하지만 2011년 2월의 지방재정법 일부 개정 법률이 효력을 발생하는 9월부터는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였다.
 
그동안 광주시 북구를 비롯해 서울시 강남구, 울산시 동구, 대전시 대덕구, 청주시, 안산시 등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이 외의 자치단체들도 지방재정법의 개정으로 의무화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조례의 제정과 그 시행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지방재정법의 개정으로 그 도입·시행이 의무화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하루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시도 기존의 조례를 정비하는 등 서둘러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좀 더 일찍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었더라면 우리시가 현재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도 상당부분 회피할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앞으로 더 이상의 시행착오를 막기 위해서라도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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