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

지금 김해서부문화센터 스페이스 가율에서는 '독립열사 말씀 글씨로 보다'展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재)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김해와 서울시 마포중앙도서관의 공동 주최로 마련되었다. 잊지 말아야 할 독립열사의 소중한 말씀들을 강병인 작가의 글씨 예술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에서는 신채호, 김구, 안중근을 포함한 독립 운동가 24인의 가슴 뜨거운 외침을 담은 작품 총 30점을 만날 수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김구 선생의 '문화의 힘', 안중근 의사의 '동포에게 고함'과 같이 잘 알려진 명언들이 예술 작품으로 탄생했다. 또한 김해 지역의 독립운동가인 한뫼 이윤재 선생의 말씀을 담은 작품 '손잡고'를 비롯해 영화 '말모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우리말 독립운동가 이극로 선생과 최현배 선생의 말씀도 볼 수 있다.

글씨 예술가 강병인은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캘리그라피를 통해 한글 글꼴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알려왔는데, 드라마 '대왕 세종', '정도전', '미생'등의 대중적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글씨는 특히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에서 놀랍다. 첫째는 같은 사람이 쓴 글씨라기에는 작업마다 너무도 다양한 필체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글씨의 필체와 구성이라는 형식적 요소만으로도 깊은 의미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그의 글씨를 보더라도 그에 담긴 느낌과 정서가 전달이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작가가 글씨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 온 결과다. 작가는 캘리그라피 연구소를 만들고 20년 이상 한글 서체 연구에 매진해왔다.

 100년 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었던 날을 기념해, 지난 4월 11일에는 '작가와의 대화'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 행사에서 강병인 작가는 독립열사들께서 지금 가장 염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평화통일일 것이라는 말로 운을 떼며, 이윤재 선생의 말씀을 담아 바닥에 깔린 화선지 위에 큰 붓으로 글씨를 시연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리고 독립열사의 말씀 뿐 아니라 열사의 생애, 인생관, 삶의 철학들을 글씨 예술 속에 어떻게 녹여냈는가를 설명했다. 최근 발행된 신문지 위에 한 글자씩 쓰인 채로, 파이프 구조물에 따로 걸려 있는 신채호 선생의 말씀은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강렬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이러한 형식을 통해 오랜 역사 뿐 아니라 지금도 사라지고 묻혀가는 사건들 역시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신채호 선생의 말씀은 강병인 작가의 작품과 함께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살아 있는 언명이 되었다.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서 작품 해설을 해주신 인제대 양세욱 교수의 설명처럼 이 작품들이 우리에게 그토록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보다 말과 글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행위로 옮긴 열사들의 실천 때문이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시대, 행위는 없고 말만 있는 지금, 열사의 말씀은 지행일치(知行一致)의 귀감으로 인간이 가야할 길이 어디인가를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다. 때로는 역동적이고 때로는 절제된 작가의 인상적인 글씨를 통해 관람객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열사의 말씀은 항상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타오를 것이다. 전시는 4월 27일까지 열리며, 전시 관련 문의는 055-340-7049로 하면 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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