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일렉스는 부화기 알콤시리즈로 전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사진은 알콤 부화기 제품

OEM업체에서 아이디어로 승부
부화 필요한 4요소 갖춘 제품 생산
기술혁신형 기업 선정 쾌거
미국 유럽 등 세계 36개국  수출

'히든 챔피언'은 현실에 안주하거나 단순한 모방에 머무르지 않는다. 남들이 하는 것을 흉내내는 것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김해시 주촌면에 위치한 ㈜오토일렉스(대표이사 배종윤)는 'OEM(주문자상품 부착생산) 업체'에서 창조적 기술을 보유한 '창의적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다.
 
■ 부화기 알콤으로 세계시장 30% 점유
오토일렉스의 주력상품은 '부화기'이다. 온도, 습도, 산도, 전란 등 부화에 필요한 4요소를 갖춘 알콤 시리즈의 출시로 지난 2004년 기술혁신형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의 30%, 국내 수출기업 점유율 87%라는 놀라운 성적을 달성했다. 최적의 부화환경을 조성해 부화율을 자연상태와 같게 끌어올린 반면 가격은 낮춰 세계 부화기 시장에서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
 
현재 알콤시리즈가 수출되는 곳은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36개국이다. 알콤시리즈가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운영의 방법을 사용자 중심으로 바꾸는 생각의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알콤시리즈 이전에도 부화기는 존재했다. 다만 기존 부화기들이 부화에 필요한 데이터를 일률적으로 적용해 왔다면 알콤시리즈는 사용자가 저마다의 환경에 맞는 데이터를 찾을 수 있고 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알콤 부화기에 내장된 전자칩은 알의 상태를 스스로 체크해 최적의 부화 조건을 만들어 준다. 또한 알에 대한 정보나 부화에 관한 데이터를 컴퓨터로 전송할 수 있고 이 같은 데이터를 사용자끼리 공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용자들은 자신의 환경이나 알의 종류에 가장 적합한 부화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알콤의 애호가가 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용자의 편리성을 중시한 오토일렉스의 이 같은 노력은 수출유망중소기업 선정(2004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신기술대전 신기술 부문 동상(2005년), 서울국제특허발명대전 동상(2006년), 미국 교사협회가 주관한 올해의 교육기자재 최우수상(2007년) 수상으로 이어졌다.
 
■ OEM업체에서 창의적 기업으로 변신
▲ 오토일렉스 사옥 전경
알콤시리즈가 출시되기 전 오토일렉스는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OEM업체였다. 주문기업에서 규격 등 제작 방법을 알려주면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다. 제시된 조건대로 만들면 되기 때문에 창의성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IMF가 도래했다. 주문량이 줄면서 공장을 가동하는 날이 줄었고 심지어 일주일에 하루 가동되는 날도 적지 않았다. 스스로 열심히 해도 주문기업이 흔들리면 함께 흔들린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독자적인 브랜드의 필요성이 너무도 절실했다.
 
배종윤 대표는 그 직후부터 독자적인 상품개발에 주력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커피제조기 '커믹스'. 커피자판기나 일회용 커피믹스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 손쉽게 커피를 혼합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 바로 커믹스였다. 하지만 커믹스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커피, 크림, 설탕을 리필해야 하는 불편이 있는데다 일회용 커피믹스가 출시되며 그 필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즉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제품을 출시했다 참패의 쓴 맛으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커믹스의 실패는 오토일렉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커다란 밑거름이 됐다. 시장조사, 상품개발, 판매, 유통, 홍보, 마케팅 등 OEM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행학습을 실패의 쓴 경험으로 대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배종윤 대표는 "지금의 오토일렉스가 있기까지는 커믹스의 실패가 무엇보다 큰 교훈이 됐다. 이를 교훈 삼아 알콤시리즈 개발 때엔 시장조사를 가장 먼저 했다. 작은 실패였지만 깨달은 교훈은 너무 컸다"고 회고했다.
 
■ '작은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오토일렉스의 핵심가치는 창조적 기술이다.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기업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직원들의 작은 아이디어를 중요시 하고 문제점에 대해 거침없이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에 매출의 10% 이상을 투입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조류 및 파충류 부화기 개발을 마친 오토일렉스는 벌과 반딧불이 같은 곤충부화기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또 조류의 일생을 한 자리에서 엿볼 수 있는 생태공원 속의 작은 공장을 조성하는 계획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배종윤 ㈜오토일렉스 대표
"작은 기업일수록 연구개발 매진해 창조적 기술로 승부해야 비전"

"독자브랜드 개발이 쉽지 않았습니다. OEM업체를 운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에 직면해야 했어요. 예를 들면 가격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설명서 제작, 바이어 관리, 포장, 판매, 홍보 등 사실상 모든 체질을 바꿔야만 했습니다. '커믹스의 실패'가 작은 실패였기에 망정이지 처음부터 부화기 개발에 나섰다면 시행착오에 대한 회복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강서구 식만동의 섬 중사도에서 태어난 배종윤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의 CEO이다. 오토일렉스의 전신인 항공전자 대표를 역임했고 자동차부품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초기자본 3천만 원이던 회사를 자본금 30억 원의 회사로 키운 주역으로 그가 몸담고 있는 오토일렉스에는 현재 3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가 부화기 개발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OEM업체가 갖는 한계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 어린시절 중사도라는 섬에서 각종 새들을 가까이 접할 수 있었고 취미로 새를 키웠던 것도 부화기 개발의 한 계기가 됐다.

"취미가 업이 되다 보니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돈도 벌고 있으니 금상첨화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알콤시리즈 개발 후 첫 수출이 이뤄졌을 때를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눈물 날 정도였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2005년 6월이었는데 일본에 120개를 수출했습니다. 그 기쁨을 어떻게 다 말할 수 있겠어요."

세계시장에서의 알콤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견제의 강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배 대표의 얘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소홀할 수 없다는 것. "창조적 기술개발을 통해 성장해 온 것을 직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작은 기업일수록 연구개발에 소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연구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어요."

오토일렉스를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키워온 배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는 동안 자녀들이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한 것이 '성장 뒤 함정'이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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