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순형 선임기자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합니다." 지난 1997년 10월. 우리나라가 IMF 사태라 불리는 외환위기에 빠지기 불과 1개월 앞둔 시점에 강경식 당시 경제 부총리가 했던 말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를 비롯한 각종 경제 연구소들이 잇달아 경제 위기론을 제기한 데 대해 반박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수많은 알짜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수백만 명의 가장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국가 부도 사태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요즘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어떨까.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 2.6%를 수정해 2.5%로 낮추어 발표했다. 미국의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2.1%에 머물 것으로 내다 본데 이어 일본의 노무라종합연구소는 1.8%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을 펼쳤다. 이 같은 우려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1/4분기 우리나라 경제는 0.3%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은 튼튼하다."고 말했다. 과거 IMF 사태를 불러왔던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의 발언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는 과연 어떤 의도가 깔려 있었을까. "경제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과도한 불안 심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발언으로 믿고 싶다.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마인드를 몰아내고 투자 심리를 불러일으키려는 집념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그런 긍정 마인드도 한계가 있다. 일선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전제로 해야만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경제 연구 기관들이 제기하는 경제 위기론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문재인 정권이 무리하게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영세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불러온 여파라고 했다. 최하층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고용 참사를 극복하기 위해 투입한 예산 54조원이 일회성 일자리로 흘러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21세기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가는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한 치 양보도 없는 무역 전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까지 겹친 것이 우리 경제의 현실이라는 것이 논리의 핵심이다. 
 
그에 대한 해법도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긍정적인 경제지표를 알리는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하라"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방식에 다름이 아니다. 
 
물론 악재가 이중 삼중으로 뒤얽힌 경제 현실을 단시일 내에 극복하고 싶은 노 실장의 고충은 백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상황이 어려울수록 원론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경제정책 당국은 "제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원론에 충실해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할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반도체와 바이오산업, 수소 경제를 육성하겠다."던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되새겨야 한다. "향후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비메모리 부문까지 세계 1위에 서겠다"고 지난달 30일에 발표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다짐을 거듭해야 한다. 기업이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고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구조. 그것만이 우리 경제가 살길이다. 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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