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박선해

푸르디 하얀꽃은 하늘처럼 맑아라

꽃들이 드리운 빈자리 달빛이 성성하였으리니
밤새 잠 못 자던 농부의 아침이 거뜬하리
부지런과 게으름의 변은 햇볕 맑고
비바람 불면 잔잔한 꽃줄로 생생히 회복하고
동행의 배낭속은 정겨운 겨울을 날것이다

바람은 점점 얌전하고 새싹이 머리 다듬으며
움튀우던 그때가 행복함으로 물씬했을지
소중한 일기장을 습관처럼 땅속에 묻으니
덤불들은 곰살맞게 희망의 밀알처럼
우리 머무는 곳에 윤기로운 열매로 오리라

기다린다
온 사유를 다하여 익어라
오늘 청포도 보러 가는 길
선물 한웅큼  대지에  탱글탱글  펼쳐라


내 마음결의 밀알

한조각씩의 후회들은 마음 불꽃피워 태우고 후회는 침묵으로 다지고 삶에 잃어버린 실연보다 더 귀한 성장은 먼 곳이 아닌 내 마음결의 밀알로 커가고 있다.
우연함이 아니더라도 환한 봄날 꽃피는 길을 보면 누구나 마음을 흠뻑 쏟고 다닌다.
굳이 포도밭이 아니더라도 어느 담장위 포도 넝쿨 진 정원을 보며 그 포도 송이가 익어 갈때까지의 삶의 온전함이 무엇인지 사유를 들여 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반추를 떠올리고 스치며 만나지는 미물들의 소중함이 가슴에 닿는다.
마음의 그늘도 때론 그로 새로운 생각의 개척으로 나아가 희망으로 이끄는 등받이가 되기도 하고 우리 사는 동안 이름위에 삶의 복운을 튼튼히 다져 가야 하겠다.
삶이 참으로 아름답고 아깝지 않은가!

 

▲ 박선해 시인

 
·현대시선 문학사 시와 시조 등단
 ·현대시선 문학사 창작동네 문학상 수상
 ·현대시선 문학사 영상시 문학상 대상 수상
 ·현대시선 문학사 영상 베스트 문학상 수상
 ·하운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 수상
 ·한국 문인협회·김해 문인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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