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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른 삶’ 살다간 문학청년문학의 향기 - 심훈 기념관
  • 수정 2019.06.18 16:28
  • 게재 2019.05.28 16:40
  • 호수 424
  • 6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당진 앞바다를 바라보는 언덕에 자리잡은 심훈기념관. 작가의 부모가 살았던 고향 마을에 세워진 기념관이다.

기나긴 겨울 눈바람 속에서도 싱싱하게 푸른 빛을 잃지 않았던 문학청년.
 
나라를 잃은 민족의 자존심을 시와 소설 등으로 되살리려 노력했던 심훈의 삶과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기념관은 서해바다를 바라보는 당진시의 조그만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솔밭 사이로 맑은 푸른 잔디가 깔려 있는 기념관 마당. 입구 바윗돌에 새겨진 심훈의 시구절이 가슴에 다가온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 한 치 두 치 마당 가득히 쌓이는 밤엔/ 생각이 길어서 한자외다. 한길이외다/ 편편이 흩날리는 눈송이처럼/ 편지나 써서 온 세상에 뿌렸으면 합니다."
 
1929년 12월 23일. 눈 내리는 겨울밤 시대의 아픔을 눈송이에 담아서 민초들과 함께 나누려는 식민지 청년의 소망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마당 안쪽으로 들어가면 검은색 교복을 입은 남학생 옆에 흰색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고 선 여학생이 학교 종의 줄을 당기는 조형물이 있다. 심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을 상징하는 조형물.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는 기치를 내걸고 한글학교를 운영하면서 농촌 계몽 활동에 나섰던 일제강점기 선각자들의 노력이 최근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디딤돌을 놓았다면 지나친 논리 비약일까. 잔디밭 왼쪽에 자리 잡은 황토빛 초가에는 '심훈의 집'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1934년. 고향으로 내려온 심훈이 직접 설계 지은 집을 재현한 공간이라고 했다. 바로 이곳에서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소설 '상록수'가 탄생했다는 뒷이야기가 이어진다.
 
현대식 콘크리트 단장한 기념관으로 들어가면 안개가 자욱한 솔밭길을 배경으로 뿔테 안경에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단정히 맨 심훈의 사진 아래 '늘 푸른 삶을 살다간 민족 문학의 영원한 청년'이라는 소개 글이 적혀 있다. 그 뒤편으로 이어진 벽면에 걸려 있는 심훈의 연보.
 

▲ 심훈이 남긴 글을 모은 문집.

 
민족적 자존심을 시와 소설로
온몸으로 겨울바람 이겨낸 문인

기념관 마당엔 '상록수' 주인공  
황톳빛 초가에는 '심훈의 집' 

손기정 소식, 새벽에 쓴 즉흥시
'삼각산 춤추는 그 날' 그렸던 가슴




대한제국이 기울던 1901년 경기도 시흥군(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태어난 심훈은 열아홉 살 때 3.1 만세 운동에 앞장선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당시 재학 중이던 경성제일고고(현 경기고)에서 퇴학 처분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열아홉 고등학생 심훈이 감옥에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글이 가슴을 울린다. 
 
"우리가 천만번 기도를 올리기로서니 굳게 닫힌 옥문이 저절로 열려질 리는 없겠지요. (중략) 그러나 마음을 합하는 것처럼 큰 힘은 없습니다. (중략) 그러기에 나이 어린 저까지도 이러한 고초를 그다지 괴로워하여 하소연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후 스물네살 때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로 입사한 심훈은 스물여섯 살 때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소설 '탈춤'을 동아일보에 연재하면서 본격 작가의 길로 들어선 사연이 이어진다. 서른 살 때 발표한 소설 '동방의 애인'과 '불사조'가 연이어 당국의 검열에 걸리는 등 당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심훈이 서른두 살 때 부모님이 계신 당진으로 내려가서 쓴 소설이 대표작 '상록수'라고 했다.
 
전시실을 한 바퀴 돌아 입구로 가는 길. 마라토너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담은 사진 옆에는 심훈이 쓴 시가 적혀 있다.
 

▲ 작가 심훈이 많은 시와 소설, 희곡 등을 탄생시킨 집필실.

"붓을 달리는 이 손은 형용 못할 감격에 떨린다(중략)/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민족이라고부를 터이냐" 
 
1936년 8월 10일 새벽에 소식을 들은 심훈이 '즉흥적으로 쓴 시'이자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이라고 했다. 그날부터 불과 한 달 남짓 지난 9월 16일에 서른여섯 살의 청년 심훈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갑자기 찾아온 전염병 장티푸스를 이기지 못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걸어 나온 기념관 마당. 식민지 청년으로 살다간 작가의 가슴에 맺힌 염원을 담은 노랫말을 새겨 둔 시비(詩碑)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삼각산이 일어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중략)/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무슨 한이 나오리까"

당진=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찾아가는 길
△ 충남 당진시 상록수길 105.
△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경부고속도로로 갈아 탄 후 당진영덕고속도로로 옮겨 타면 된다.
△ 약 4시간 소요.

*관람 안내
① 오전 9시~오후 6시(하절기)
오전 9시~오후 5시(동절기)
②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은 휴관.
041-360-6883. 041-360-6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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