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땅땅.

내년 예산안이 통과됐다. 밤을 새워 몸은 피곤했지만 쉬이 잠들지 못했다. 어김없는 국회 폭력사태에 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얼마나 많이 실망했을까? 자책이 깊다.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해마다 법정기한 내에 예산이 처리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려고 한 것일까?

불법도 익숙해지면 관행이 되고 무덤덤해진다. 관성에 의한 의식의 마비다. 그러나 과거에 그랬다고 해서 불법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예산은 국가운영의 기초다. 특히나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52%에 불과한(김해시는 38.4%) 현실에서 중앙정부의 예산이 확정돼야만 각 지자체도 내년 예산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이다.

가내시된 예산을 근거로 불안한 예산을 짜는 악순환을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예산심사의 가장 큰 쟁점은 4대강 사업비다. 수자원공사의 자체 사업비 3조 8천억 원을 포함한 4대강 사업 예산의 정부안은 9조 5천억 원이다. 야당은 이중 70%인 6조 7천억 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협의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괴리다. 실제 4대강 사업과 관련된 국토해양위와 농수산식품위, 환경노동위는 상임위 예산심사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불행히도 1년 전 예산 처리과정에서도 우리 국회는 똑같은 모습으로 국민들께 실망을 드렸고 그 중심에는 4대강 사업이 있었다. 야당의 일방적 반대와 첨예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은 이미 반환점을 돌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가의 미래에 반하는 정책을 의도적으로 추진하는 정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방법론에서의 이견은 있을지라도 근본적인 목적에 차이가 있을 수는 없다. 이미 반환점을 돈 국책사업에 대해서 이렇게 막무가내 식 반대로 일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4대강 사업은 결국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사실과 논리는 팽개치고 구호와 선전으로 국민을 호도하려는 의도 또한 함께 평가받을 것이다.

야당이 원천적으로 사업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과연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면 여야 합의로 예산을 처리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불가피성도 국회 폭력사태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자책과 반성이야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고치고 제도를 바꾸는 문제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프랑스는 연금개혁안으로 노동계 총파업의 홍역을 치렀지만 의회는 오로지 표결로서 정치적 의사표시를 했다. 의회민주주의가 정착된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의회 폭력이 용인되는 경우는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기본 원칙이 있고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의회 다수를 결정하는 것이다.

템플스테이 예산이 일부 삭감된 불교계를 비롯해서 예산안 처리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일정에 쫓긴 탓에 생긴 일이다.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서 국민의 실망을 보듬는 일, 국정의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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