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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시에 민족 숨결 담았던 사람들문학의 향기 - 시문학파 기념관
  • 수정 2019.06.19 09:08
  • 게재 2019.06.04 15:35
  • 호수 425
  • 4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시문학파기념관 전경. 매년 모란이 피는 계절이 되면 ‘영랑문학제’가 열리는 곳이다.

좌파 문단에 맞섰던 ‘시문학파’
고운 말을 갈고닦아 서정시로

민요 운율 넘어선 자유시 리듬
한국 현대시 출발 알린 디딤돌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김영랑 생가엔 시인의 노랫말



아름다운 우리말로 삶과 자연을 노래했던 사람들. 일제 군국주의자들이 일본말을 강요하던 시절, 항일 투쟁이 지식인의 사명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에 모든 사상과 이념을 배제하면서 순수문학의 기치를 내걸었던 시문학파의 문인들의 작품세계를 알려주는 기념관은 전남 강진군의 조그만 시골 마을에 자리잡고 있었다. 

▲ 정지용과 박용철, 김영랑의 모습을 그린 동상.

돌담이 소박한 골목길에 현대식 건물로 단장한 문학관 마당에는 벤치에 앉은 중년 남성 두 명과 뒤편에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선 남성이 대화를 나누는 구릿빛 동상이 있다. 좌파 성향의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 계열 문인들이 주도하던 문단 풍토에 맞서서 순수시라는 그릇에 민족의 숨결을 담았던 시인 김영랑과 정지용 박용철의 모습을 빚어낸 조각품이라고 했다.

▲ 순수문학 동인지 '시문학 1호'를 상징하는 담벽.

조각품 맞은편에는 1930년 순수문학 운동에 구심점 역할을 했던 '시문학' 1호와 동인으로 활동했던 문인들의 사진을 새겨 놓은 담벽이 있다. '한국 현대시의 탯줄'이라고 적힌 제목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문학을 계급투쟁이나 민주화 투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흐름을 배척하면서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정서를 담아내는 순수문학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 문단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대목이 아닐까.

전시실로 들어가면 1930년에 창간된 시 전문지 '시문학'을 소개하는 공간이 펼쳐진다. 김영랑과 정지용, 박용철, 신석정, 이하윤, 변영로…. 1930년대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저항 의식을 담은 좌파 문인들의 모임인 카프나 감각적인 모더니즘 경향에 휩쓸리지 않고 이 땅에 순수문학의 뿌리를 내리는 모태가 문예지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전시실 중앙 벽면에는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했던 문인들의 사진과 대표작이 소개되어 있다.

▲ 시문학 동인들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공간.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김영랑)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정지용)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박용철)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끝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 바퀴에/ 한 잎씩 한 잎씩 이 내 추억을 걸면…"(이하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 강하다…"(변영로)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이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정인보) 
 

▲ 김영랑의 시가 새겨진 '자연석'.


우리 민족의 혼을 뿌리 뽑기 위해 일본말만 사용하도록 강요하던 시절에 곱고 고운 우리말을 갈고 닦아서 가슴 속 깊이 아름다운 정서를 담은 노랫말로 발전시키는 디딤돌을 놓았던 사람들의 역할을 되살리는 취지라고 했다.

1920년대 김소월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민요조 운율을 넘어서서 정지용 박용철로 이어지는 자유시의 리듬이 한국 현대시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시는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룬 언어의 예술이다."고 전시실 끝자락에 적혀 있는 구절이 가슴에 와닿는다.

문학관 오른쪽에는 시인 김영랑의 생가가 복원되어 있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1903년에 태어나 식민지 시대를 살면서 순수시 운동에 앞장서다 6·25 전쟁 때 미처 피난을 떠나지 못하고 총격전이 벌어지는 서울에 남았다가 유탄을 맞고 마흔일곱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시인 김영랑의 촌집.

봄볕이 내리는 초가지붕이 정겨운 마당에는 시인의 작품을 새겨 놓은 시비가 있다. 좌우 이념을 떠나 티 없이 맑고 순수한 가슴을 안고 살다간  시인의 노랫말이 유난히 가깝게 다가왔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 초가지붕이 정겨운 순수시인 김영랑 생가.


강진=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찾아가는 길
△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랑생가길 14.
△ 남해고속도로를 타고가다 녹색로로 갈아타면 된다.
△ 약 3시간 소요.

*관람 안내
① 오전 9시~오후 6시.
②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은 휴관.
061-430-3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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