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란 말은 강소기업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현장 또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늘 귀 기울이고 문제점이 파악되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조금 더'의 정신은 더욱 중요해진다. 기술력이 앞서 있다고 방심하는 순간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충남 연기군 남면 연기리에 위치한 ㈜한국PEM은 '조금 더'의 정신을 중요시하는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다.

▲ ㈜한국PEM의 수도용 폴리에틸렌관 생산라인 모습(아래)과 완제품이 나오고 있는 모습.

자체 보유 기술연구소 연 5억 투입
생산라인과 거리도 좁혀 연구개발 성과 곧바로 상품화
특허 54건·인증 62건 등 보유
해외시장서도 경쟁력 인정받아 올해 매출 450억·영업순익 9억원

■ 신소재 도입으로 시장변화 주도

한국PEM은 지난 1987년 플라스틱 가공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당시만 해도 배관자재를 생산하는 데 폐비닐과 같은 재생원료를 혼합하여 사용했지만 ㈜한국PEM은 이를 과감히 탈피해 폴리에틸렌 소재의 배관자재를 개발한다. 품질이 확보된 제품만이 향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로 이 같은 판단은 '시장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성장을 거듭하던 2007년에는 대림산업㈜ 플라스틱가공사업부문을 인수해 최대 생산라인을 구축했으며 25년 넘게 업계 1위 자리를 수성해 오고 있다. 또 54건에 달하는 특허건과 62건의 인증을 획득하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PEM의 주력제품은 폴리에틸렌 소재의 배관자재이다. 수도관과 하수관, 가스관, 유공관, 이음관 등 각종 배관에 필요한 다양한 종류의 배관자재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배관자재 특성상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되지만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제품들이다.

■ 기술력으로 국내 배관시장 30% 점유

㈜한국PEM이 생산하는 배관자재들은 폴리에틸렌 소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제작된다. 내구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전식, 부식 등에 강해 누수나 하수오염 등을 방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또한 시공이 편리해 기존 노후배관의 대체용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앞선 기술력 뒤에는 '조금 더'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중소기업 특성상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 하나 바꾸려는 노력'이 ㈜한국PEM을 지금의 이 자리에까지 오게 했다. 즉 기존의 단점을 보완하는 거듭된 과정을 거쳐 누구나 인정하는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그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이음관이다. ㈜한국PEM의 이음관은 PS특화접합방법이 적용된다. 메카니칼방식으로 시공이 간편하면서도 누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지반침하 등에도 잘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이음관 같은 특화제품 개발에 힘입어 이 기업은 국내 배관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올해 45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업계경기가 좋지 못함에도 11월 기준 9억 원의 영업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 특화제품 만드는 게 중소기업의 살길

이음관 등 제품특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자체 보유하고 있는 기술연구소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6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는 기술연구소에서는 제품성능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매년 5억 원 가량의 연구비가 투입되며 필요한 경우 그 규모를 늘리기도 한다.
 
㈜한국PEM 기술연구소의 특징 중 하나는 연구소가 생산라인과 아주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또 엔지니어 출신 연구원을 대거 채용해 연구개발 성과가 제품 상용화로 곧장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즉 생산현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데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한 것이다.
 
사내직무교육과 분야별 기술교육 등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해왔다. 자체적으로 교육책자를 제작하는가 하면 숙련된 선임이 후임을 직접 지도하는 등 구성원 스스로 이론을 습득하고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는 비용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지보수팀의 역량이 강력해 핵심부품 교체만으로 처음과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PEM 관계자는 "중소기업에게 있어 특화제품을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문제점을 찾아 끊임없이 보완하다 보면 우리만의 특화된 제품을 보유하게 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연구개발을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PEM 원년멤버 이영준 상무
"제품 단점 끊임없이 보완하는 노력이 시장의 선택을 받는 길이죠"

▲ 이영준 ㈜한국PEM 상무.
"시장에서 선택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작은 요구 하나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이영준 상무는 ㈜한국PEM의 원년멤버이다. 전신인 대림산업㈜에서도 근무했으며, 지금은 생산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상무는 일선 현장에서의 의견수렴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제품성능 개선이 현장 또는 사용자의 의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문제가 의심되면 영업담당자뿐 아니라 기술인력까지 현장에 급파해 상황을 풀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화된 제품이 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 단점을 끊임없이 보완하다 보면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제품이 되는 것입니다. ㈜한국PEM의 거의 모든 제품들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쳤고요.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닌 조금 나은 것에 초점을 맞추고 노력하다 보면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의 정신은 기업의 이익창출은 물론 인류의 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했다.
 
"현대는 환경이 중시되는 시대입니다. 저희가 만든 배관자재들은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깨끗한 식수제공 등 많은 이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역할을 합니다. 좋은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기뻐하고 보람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PEM이 풀어가야 할 과제도 있다. 사업다각화와 수출확대가 그것이다.
 
"제품성능 개선과 기술개발에 주력하다 보니 사업다각화가 다소 늦어진 감이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 개척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성장에 한계를 겪고 있는 것이죠. 앞으로 저희가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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