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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벌레가 쓴 에세이오늘의 수필
  • 수정 2019.06.05 14:36
  • 게재 2019.06.05 10:40
  • 호수 425
  • 11면
  • 박경용 김해문인협회 고문(report@gimhaenews.co.kr)
▲ 박경용 김해문인협회 고문

나는 연주자이며 음유시인. 우주가 갖는 뜨거운 심장에 귀 기울이고 그 맥박을 리듬으로, 울림을 멜로디로, 체온을 하모니로 하여 연주하는 거지. 이게 바로 우주 교향악이고 이 선율이 울려 펴질 때 지상은 더욱 아름답게 되는 거야.

그래서 대지의 시는 그치는 일이 없어. 우리 종족은 산과 들녘에서 활동하는 부류와 나처럼 대중이 사는 인가에 들어와 활동하는 두 부류가 있지. 산과 들녘 대자연속의 부류들은 나보다 의미가 깊어. 지상을 이렇게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대지의 귀뚜리들에게 모두는 경의를 표해야 해.

그들과는 달리 대중이 사는 인가에 깊숙이 들어와 정원에서, 창밑에서, 계단 밑에서 활동하는 나 같은 무리도 그 의미는 대단하다고. 어차피 지상을 지배하는 건 인간들이므로 그들을 교화시켜야 세상이 좋아 질 테니까. 휘영청 달 밝은 가을 밤 우리 소리에 정취에 젖지 않을 자가 그리 적지는 않을 걸.

사람들은 자기 나름 데로 마음속에 가야금(加耶琴)하나씩을 간직하고 있더군. 그게 바로 심금(心琴)이라 하는 모양인데 우주교향악의 선율에 심금이 울려져 화음이 된단 말이야. 톨스토이도 진짜예술과 가짜예술의 구별은 감동을 주어 심금을 울리는 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고 했지. 생각해봐 감동을 주지 못하는 작품은 그 존재가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우리는 사랑에 살고 예술에 사는 가장 고급한 족속이지. 나의 유연한 몸매와 잘록한 허리, 늘씬한 다리에다 날렵한 동작은 곤충사회에서도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지. 나와 같은 미의 소유자는 새로운 현대판 귀족이며 권력이지.

나의 이 미모와 연주솜씨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침 흘리며 유혹의 눈짓을 보내오지만 어림도 없어. 사랑은 눈으로 오지만 역시 영혼의 동질성을 가져야 이루어진다는 게 내 지론이거든. 내 몸에서 촉각이 몸보다 긴 이유는 의식이 늘 깨어 있다는 징표지.

일신상의 행복과 불행은 그 분량에서가 아니라 감수성에 따라서 다르게 오고 있지. 젊음의 감수성은 그자체가 월계관이고 자랑이야. 늙는 다는 것은 감수성이 무디어 진다는 것이고 감수성이 무디어 진다는 것은 살아 있을 가치 가 없다고 볼 수 있지.

그래서 늙어도 감수성이 살아 있는 한 살만한 가치가 있지. 그러기에 감수성이 풍부한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주위에 도움을 주기에 오래살만한 가치가있는 거야. 우리 귀뚜리는 삶의 철학도 고급해.

가장 행복한 삶의 방식은 단순한 삶이란 걸 알고 있어. 삶의 단순성이 얼마나 고급하다는 걸 아는 인간들은 드물더군. 이 세상뿐 아니라 우주의 모든 아름다움과 조화, 우아함, 리듬의 미는 단순함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할 텐데.

우리는 하천을 오염시키고 공기를 탁하게 하여 뭍 생물을 괴롭히고 죽게 하여 원한을 품게 하는 인간과는 달라. 지상에서 인간들이 사라져 준다면 지구는 얼마나 아름다운 별이 될까. 약 100년 정도 다른 별에 살다가 귀환한다면 지구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변해 있을 거야.

하지만 모두가 다 나쁜 사람들만은 아니지. 대부분은 선량한 사람들이고 환경론자가 있고 슈바이처나 데레사 수녀 같은 이도 있으니. 그들이야 말로 멋진 인간들이라 하겠어. 그 정도 사람들 쯤 이면 우리 족속과 어울릴 만하지.

머지않아 나는 장렬한 최후를 마치고 우주의 질서 속으로 함몰되겠지. 보기 드문 휴머니스트인 이집 주인은 마당에 있는 나의 시체를 쓸어다 저 화단에 묻어 줄 거야. 그럼 나는 거름이 되어 꽃을 더욱 아름답게 피게 할 거고.

죽음 그 자체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머나먼 여행. 이승에서 그토록 처절하게 울어 대던 연주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지만 천국에는 고통이 없어 예술이 없을 텐데 알아들을 수 도 없을 거야. 오직 안식과 평화만이 도도히 흐르리라. 영-원-히.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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