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빛·공기, 실내로 가져와
 산림욕 즐길 수 있는 비법 담아
 노르웨이 공학자 30년 연구 바탕

 유해물질·미세먼지 제거에 탁월
'숲속 공기 요법' 실체도 소개
 식물 상자·전등만으로 가능
 물 주기는 ‘과유불급’, 3주에 한 번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햇빛, 초목, 바다, 공기를 접하며 자연 속에서 진화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인들은 어떤가? 주어진 시간의 9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낸다. 자연을 멀리한 결과 질병과 고통이 생겨났다. 자연의 빛과 공기는 우리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휴가나 여행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인 실내에서 신선한 공기와 깨끗한 빛을 매일 접할 방법이 없을까?

<식물 예찬>은 자연의 빛과 공기를 집과 사무실로 가져와 건강과 행복을 즐기는 노르웨이의 비밀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노르웨이 공학자로 식물 기반 공기 정화 시스템인 '스코글루푸트' 개발자다. 그는 30년 넘게 식물이 인간의 건강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저자는 미국 나사(NASA)와 노르웨이생명과학대학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식물이 실내 공기 정화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그는 나사 연구자들과 접촉해 일련의 실험을 진행하며 식물이 실내 공기에 함유된 유해물질을 줄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포름알데히드, 트리클로로에틸렌,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이 존재하는 밀폐된 공간에 식물을 들여놓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공기 질을 조사했다. 그 결과 유해물질 농도가 실험 시작 당시보다 낮아졌음이 확인됐다. 식물이 우리가 매일 숨 쉬는 공기 중에 있는 유해물질 일부를 제거한 것이다.

저자는 이런 효과가 실험실이 아니라 평범한 생활환경에서도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노르웨이생명대학 연구자들과 함께 실험을 설계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시에 있는 병원에 근무하는 방사선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진료실에 식물 화분을 배치했더니 결과는 놀라웠다. 피로도가 32%, 머리가 무거운 증상이 33%, 두통이 45% 감소했다. 현기증은 25%, 눈이 따가운 증상은 15%, 목이 간지러운 증상은 22%, 기침은 38% 줄었다.

식물과 빛이 이러한 효과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세 가지 요인을 꼽는다. 첫째는 심리적 효과. 건강한 식물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만족한 느낌이 든다. 둘째는 공기 정화 효과. 실내에 식물과 적절한 빛이 있을 때 공기 중의 유해물질이 대폭 감소한다. 셋째는 빛이다. 햇빛이 있으면 우리는 깨어서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식물을 선택하고 관리하는 방법과 자연의 빛과 공기를 집 안으로 가져와 산림욕을 즐기는 비밀을 공개한다.

그 비밀의 실체는 '숲속 공기 요법'이다. 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간단하고 실용적인 작업이다. 구체적인 과정과 방법이 책의 8장 '숲속 공기를 일상으로'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우선 벽에 식물 상자 벽을 설치하고 한 무리의 식물을 심는다. 이어 적당한 빛을 발하는 전등을 설치한다. 숲속 공기 요법의 이점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적절한 조명이 필수적이다. 전원을 켜고 각도를 조절해서 온전히 식물을 비추게 한다. 그다음 각각의 상자에 3주에 한 번씩 3L가 넘지 않게 첫 번째 물주기를 한다.

저자는 물을 주는 일은 계속 3주에 한 번씩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3주마다 물의 양을 어떻게 조절하면 될까? 아주 정확한 측정 도구인 손가락을 사용하면 된다. 오른손 검지를 상자 맨 아래까지 넣어서 마른 느낌이면 지난번과 같은 양을 주면 된다. 축축하면 지난번보다 0.5L 적게 주라고 한다. 또 3주에 한 번보다 더 자주 물을 준다면 전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식물이 적응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저자는 실내 식물이 많이 죽는 이유는 거의 항상 물주기와 관련이 있었고, 과하게 주는 것이 가장 흔한 원인이었다고 강조한다. 이어 가지치기와 거름주기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숲속 공기 요법은 삶과 인간관계의 성장 형태를 상징한다. 살아있는 식물은 다양한 종류의 보살핌과 관심이 필요하다. 핵심은 상호 관계다. 식물이 성장하면서 물과 가지치기를 얻는다면, 식물을 키우는 사람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장기적으로 사고방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책은 최근 미세먼지의 습격에 대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로도 유용하다. 식물을 가족 삼아 가꾸며,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즐기는 방식이 눈에 쏙 들어온다. 미국, 중국, 프랑스 등 11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책이다.

부산일보=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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