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큰 기둥이요,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눈뫼 허웅 선생이 태어나신 김해에서, 김해 출신 김국권 경남도의원이 생전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감개무량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왜냐하면 허웅 선생은 권력을 싫어하고 아부를 미워하는 자유인이며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는 애국자요, 국어학의 체계를 수립한 우리 모두의 정신적·학문적인 스승이기 때문이다.
 
선생은 1945년 28살에 8·15 광복을 맞이했다. 유년기와 소년기, 청년기까지 모두 일본 압제의 암흑 시대에서 보냈다. 그래서 선생의 일상적인 글이나 선생이 관계하는 항일, 반일 운동을 통해서 나타난 모든 글 속에는 순수하고도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고 있다.
 
일상적인 학교교육을 떠나 독학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크나 큰 한글학자가 된 것은 선생의 이러한 정신적인 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선생의 제자이면서 한글 학회 회장을 지낸 김승곤 님은 눈뫼 선생을 회고하는 글에서 학문과 도덕면에서 '해동공자'라고 불렀다.
 
현재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우리 말과 글의 연구와 실천에 일생을 바친 분들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에서 뜻을 기리고 업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있다.
 
이런 사례들은 삭막해져 가는 우리의 삶에 정신적인 지표를 설정하고 미래지향적인 안목을 갖추려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울산광역시에서는 울산이 낳은 국어학자이며 눈뫼 허웅 선생의 스승이요, 한글 학회 이사장을 지낸 외솔 최현배 선생의 기념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외솔 선생의 생가터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건립하고 동상을 세워 지역민의 긍지를 드높이는 문화재 구실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전라북도 장수군에서도 이 지역 출신의 국어학자이며 건국대학 교수를 지냈고, '한글 큰사전' 편찬을 주재한 건재 정인승 선생의 사당과 기념관을 건립하고 동상을 세워 선생의 뜻을 기리고 지역민의 긍지와 자부심을 드높이고 있다.
 
지난 12월 14일 '한글학회(회장 김종택)' 이사회 때, <김해뉴스>의 기획시리즈 '김해의 인물열전-허웅'(11월 30일, 12월7일자) 기사와 함께 눈뫼 선생의 기념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한 바 있다. 그리고 '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과 '부산 한글학회(회장 최규수)'에도 보고했다.
 
모두 눈뫼 선생의 기념 사업 추진 계획에 대하여 환영과 격려의 뜻을 전했고,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다짐했다.
 
애국애족으로 위장한 사리사욕은 뭇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정신을 혼란시키는 무서운 독소이다.

눈뫼 허웅 선생이 가신 지 7년여 세월이 흘렀다. '전국 한자교육 추진 총연합회(이사장 진태하)'에서 애국애족으로 위장한 해묵은 논쟁을 걸어오고 있다. 내용인즉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용하도록 하는 취지의 천만 명 서명 운동을 벌여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천만 명 서명을 받아 이번 정권에서 한자교육이 실시되지 않는다면 다음 번 대통령 후보들이 이를 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때일수록 허웅 선생의 학문과 삶 속에 깃들어 있는 진정한 나라 사랑의 정신을 받들어 민족의 얼이 담긴 우리 말과 글이 '전통의 고아'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현재 이와 같은 여건 속에서 김국권 경남도의원을 중심으로 한 눈뫼 허웅 선생의 기념 사업 추진은 혼미한 민족애와 국가관을 정화시키는 청량제 구실을 하는 뜻 깊은 일이다. 눈뫼 허웅 선생의 추모 사업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뜻있는 이들의 많은 동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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