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10년간 일어난 일 분석
"한국이 세계화 물결 헤쳐나갈 지침서"




"대공황은 히틀러를 낳았고, 금융위기 10년은 트럼프를 낳았다." <붕괴(CRASHED)>의 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독자를 끌어들이려는 편집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온갖 참화의 원인임을 알기에, 쉽게 책이 놓인 진열대를 지나치기는 어렵다.

이 책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일어난 일들을 심층적으로 파헤친다. 우선 달러 화폐로 짜진 미국, 영국 중심의 북대서양 양안(兩岸) 경제 시스템이 그 당시 어떻게 고장이 났는지 점검한다. 원인을 알아야 이후 현상을 이해할 수 있고, 대책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황>은 2008년 금융위기가 결국 은행과 채권자에게 유리한 구제금융 방식으로 추진된 사실을 주목한다. 그렇게 위기 대응 실패가 누적되고 재정 긴축에 따른 복지 프로그램 축소가 뒤따르면서 대중의 삶은 점차 피폐해진다. 또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의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극우 정파가 세를 점차 불려 나갔다. 이 책은 그러한 분위기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애덤 투즈는 금융위기 때 가장 위험한 지경에 봉착했던 한국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이에 대한 설명을 통해 독자는 전 세계와 하나로 엮인 한국의 금융 시스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한국의 독자들은 이 책을 단순히 역사의 기록이라기보다는 한국처럼 고도로 국제화된 국가가 세계화 물결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살피는 지침서로 삼길 바란다."

부산일보=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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