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찌르는 느낌이 들어요" 30대 후반의 한 남자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심각한 통증을 호소했다. 걷지도 못할 만큼 너무 아프다는 이야기였다. 이미 7개월 전에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전례가 있는 환자였다. 검사 결과 디스크가 재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시 통증이 시작된 것만으로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또 수술을 해야 합니까?"라며 근심 가득한 얼굴로 물어왔다. 치료를 했는데도 다시 척추 질환이 생기거나, 수술 부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환자들은 "꼭 수술을 해야하나?" "수술밖에 답이 없나?"하는 걱정에만 몰두한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위축되다 보면 병원을 찾아오는 시기가 늦어지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번 수술을 했다고 다음 치료도 꼭 수술로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수술 이외의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척추 질환은 한 번 치료를 했다고 해서 완치가 되지는 않는다. 노화 과정 속에서 다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수술이냐 아니냐보다는 '현재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이 우선이다.

앞선 환자의 경우, 디스크 재발은 아니었지만 오랜 기간 진행된 협착으로 인해 척추관이 심하게 좁아져 있었다. 수술을 통해 비대해진 인대나 주변 조직을 제거하는 치료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져서 생긴 병인만큼 공간을 넓혀주는 것은 근본적인 치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의 수술 경험이 있던 환자는 "친구 중 하나가 허리 수술을 받았다가 허리가 더 약해졌다는데요"라며 수술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선은 척추관 신경의 통증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척추협착풍선확장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부분마취를 하고 꼬리뼈를 통해 척추 신경 통로에 카테터를 넣었다. 풍선 확장을 시도할 허리뼈 4번과 5번 사이로 이동한 후 상태를 보았다. 과거 허리수술을 하면서 생긴 유착으로 인해 카테터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유착을 풀어주는 시술도 함께 진행했다. 약물을 이용해 풍선을 부풀린 후 조영제를 투입하자 넓어진 척추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치료를 마치고 회복실로 향한 환자를 다시 만난 곳은 복도였다. "이렇게 다녀도 아무렇지 않다"며 통증이 70~80% 줄었다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은 노화를 통해 계속 진행되는 질환인 만큼 꾸준한 운동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잔소리를 듣는 동안에도 환자의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다시 찾아온 통증에 너무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통증은 견디기보다는 치료해 다스려야 할 대상이다. 흔히 주변으로부터 조금 예민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오히려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조금만 참으면 곧 나아' '한번 수술했으니 다시 치료를 받는 건 무리야'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원인을 찾아 해결해보자'는 자세가 중요하다. 의료진에게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치료의 원칙과 방법에 동의한다면 '또'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길 바란다.
김해뉴스 김훈 부산 세바른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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