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세상을 떠날 때 어떤 문장으로 남고 싶나요?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자문(自問)이리라. 그래서인지 <뉴욕 타임스> 부고(訃告) 기사는 사람들 입에서 많이 오르내리는 대화 주제이다. 전 세계 독자들이 이 부고란을 맨 처음 펼쳐보는 이유는 누군가의 사망 소식만을 확인하려는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 부고 기사를 통해 자신이 사는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떠난 어떤 인물을 만나고 싶은 욕구 때문이 아닐까. 그 인물에 대한 <뉴욕 타임스>의 정제된 기사는 독자에게 영감과 통찰력을 안겨준다.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구성력도 독자를 끌어들인다고 볼 수 있다.

<뉴욕 타임스 부고 모음집(BOOK of the DEAD)>은 168년 전 <뉴욕 타임스>가 처음으로 부고 기사를 싣기 시작한 이후 역사적인 인물이 사망할 당시 실제로 지면에 실렸던 기사들을 연대순으로 묶어낸 최초의 결과물이다.

현직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 편집자인 윌리엄 맥도널드가 이처럼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지면에 실린 부고 기사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인사들을 선별해 이 책을 구성한 것이다. 이 책은 170명에 가까운 인물에 관한 부고 기사를 '국제무대' '재계의 거물들' '새로운 경지를 연 사람들' '팝뮤직의 스타들' '전쟁의 지휘자들' '시각예술의 대가' '한반도의 운명을 쥐었던 사람'으로 분류해 담고 있다.

특히 '한반도의 운명을 쥐었던 사람들' 편에서는 남한과 북한 지도자에 관한 부고 기사를 접할 수 있다. 이승만 박정희 김일성 노무현 김대중 김정일이란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근현대 한반도 인사를 미국 신문은 어떻게 보았는지 흥미를 돋운다. 그 부고 기사를 찬찬히 읽다보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과 우리 내부의 사정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김해뉴스

부산일보=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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