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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을 우방국(백색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한일 양국의 교역과 산업 생태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일본은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를 골자로 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공포 후 21일 시행되기 때문에 이달 하순부터 한국은 더는 백색국가로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일본은 전략물자는 수출 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지만, 백색국가에는 '비민감품목'의 경우 3년에 한 번 포괄허가만 받으면 되는 완화된 규정을 적용한다.
전략물자 1천120개 중 비민감품목은 기존 규제 대상이었던 반도체 3개 품목을 포함해 857개다.

백색국가에서 빠지면서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되는 품목이 3개에서 857개로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비전략물자 중에서도 일본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나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품목은 자의적으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별허가를 받는 데는 90일가량이 소요된다.

일본은 군사용으로 쓸 우려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허가를 내주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앞선 규제 대상인 반도체 소재가 지난 한 달간 1건의 수출허가도 받지 못한 점을 미뤄볼 때 한동안 일본은 대한국 수출을 틀어쥘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추가 규제 조치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이는 한국 수출은 물론 양국 간 교역과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비민감품목을 일일이 규제하기보다는 한국 입장에서 가장 아플 만한 업종을 골라 집중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애초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를 1차 타깃으로 삼은 것도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이자 대일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다음 타깃은 공작기계, 정밀화학 등 대일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나 한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는 전기차,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총력 대응에도 한국 무역과 산업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12월(-1.7%)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지난 7월(-11.0%)까지 8개월 내리 하락세다.

대일 교역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작지 않아서 이번 규제로 양국 무역이 냉각된다면 대일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넘어 경제 전체에 부담이 갈 수 있다.

한일 간 상호 무역 규모는 1965년 수교를 맺을 당시 2억달러에서 2018년 851억달러로 연평균 12.1% 성장했다.

한국에 있어서 일본은 중국, 미국, 베트남, 홍콩에 이어 5위 수출국이자 중국, 미국에 이어 3위 수입국이다.

일부 품목의 대일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첫 수출규제 대상이었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은 전체 대일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안 됐지만, 대일 의존도가 최대 94%에 달해 관련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한편 백색국가는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다.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 외에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 지정돼 있었다. 2004년 지정된 한국은 이 리스트에서 빠지는 첫 국가가 됐다.

김해뉴스 디지털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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