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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별이다오늘의 수필
  • 수정 2019.08.28 09:30
  • 게재 2019.08.28 09:26
  • 호수 436
  • 11면
  • 김미정 김해문인협회 사무국장(report@gimhaenews.co.kr)
김미정 김해문인협회 사무국장

김해시에서 주관하는 여성주간 행사에 갔었다.

올해부터 명칭을 양성평등주간이라고 바꿨다한다. 하지만 여느 해처럼 설치해놓은 여러 부스에 남성들의 단체는 없었다. 여성단체들이 건강이나 가정폭력, 바리스타, 출산장려 등을 홍보하는 리플릿과 선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또 한편에서는 특기로 배울 수 있는 것을 체험하는 부스를 운영하였다. 비즈공예, 캘리그라피, 석고방향제 등이었다. 두루 다니면서 안면 있는 분들과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부채나 물티슈를 받기도 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시원한 음료도 마셨다.

체험부스는 인기가 높아 미리 신청을 하고 기다려야 했다. 평소 장신구를 좋아해서 팔찌 만들기 체험을 제일 먼저 했다. 접시에 재료를 담아주면 투명 우레탄 줄에  동그란 원석을 끼워 다시 접시에 담아 제출한다. 그것을 비즈선생님이 일회용 본드로 야무지게 마무리를 해주면 여름에 시원하게 손목을 감싸줄 원석 팔찌가 완성되는 것이다. 견본으로 나와 있던 자주색이 섞인 원석으로 하고 싶었지만 무료의 한계는 주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 장식까지 중간 중간에 끼웠더니 시중에서 파는 것처럼 그럴 듯해 보였다. 사실 체험 부스에서 하는 장신구 종류는 만드는 당시에는 재미있게 만들어도 쓸모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팔찌는 실제 착용하고 외출해도 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옆에 있던 석고 방향제 체험부스는 한산해 보였다. 들어가 보니 한꺼번에 쌓여있는 방향제 때문인지 냄새가 훅! 코를 찔렀다. 이게 웬일인가! 석고 방향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 석고방향제에 캘리그라피로 글을 써주는 곳이었다. 요즘 들어 석고 방향제 만드는 것이 인기가 많은 취미라고 들었다. 처음엔 그냥 하얀 석고 모양으로 만들다가 색소를 넣어 다채로워지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모양도 네모나 동그라미다가 꽃, 별, 하트, 동물, 사람 얼굴 등 다양해져서 장식성까지 갖게 되었다. 하지만 또 체험부스의 한계인가, 화려한 색이나 여러 모양은 없었다. 손바닥만 한 하얀 석고에 긴네모, 타원, 별이 전부였다. 한 눈에 봐도 긴네모가 가장 글을 많이 쓸 수 있게 보였다. 얼른 긴네모를 선택하고 줄을 섰다. 세 명의 캘리그라피 선생님이 차례로 석고방향제에 원하는 글을 써준다고 했다. 조건은 아주 간단한 문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례가 되었는데 멋들어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난감하다. 쓸 말을 정하지 못해 뒷사람에게 한 번 양보를 했다. 또 한 번 양보를 하니 선생님이 눈을 위로 보시며 손가락을 찌르듯 가리킨다. 뾰족한 부스 지붕을 가로 지르며 빨랫줄 같은 줄에 너울너울 예쁜 말들이 널려 흔들리고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으니 미리 견본으로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생각나는 말이 없으면 견본에 있는 말을 적으라는 뜻인가 보다. 자꾸 미룰 수 없어서 '너는 내 별이다'를 써달라고 했다. 그 말을 본 순간 아들이 생각났다.

후후 불어 말리라는 말에 고이 들고 나오며 먼 강원도 양구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아들이 보고 싶었다. 멋진 말이 생각 안나 견본으로 적어놓은 글을 급하게 베꼈지만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오래 생각했던들 더 근사한 말을 떠올렸을 것 같지도 않다. 말린 후 투명비닐 봉투에 넣어서 집에 갖고 왔다. 아들 방 침대 옆에 비닐 째로 가만히 내려놓았다. 이 엄마는 아들에게 무엇일지 알 수 없으나 아들은 나의 별이고 사랑이고 소망이고. 그렇다. 아들이 건강하게 무사히 제대하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보태서 하루에 몇 번씩 보게 된 석고 방향제 ' 너는 내 별이다'가 향기롭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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