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세계적으로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과학자를 예측하기로 유명한 과학 및 학술데이터 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1970년 이후 등록된 4700만건 이상의 논문에서 2000회 이상 인용된 논문 4900건을 선정하고, 논문의 저자 중심으로 우수 연구자를 선정하여왔다. 이 기업이 노벨상 수상 가능한 연구자를 자체 선정 한 것이지만, 2002년부터 발표한 피인용 우수 연구자 가운데 현재까지 50명이 실제로 노벨상을 수상하였으며, 이 가운데 29명은 발표 2년 안에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여기에 선정된 우리나라 기관 소속 과학자는 2004년 유룡 KAIST 교수, 2017년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2018년 로드니 루오프 교수 울산과기대 등 3명에 불과하며, 올해 발표한 7개국 출신 19명의 '2019 피인용 우수 연구자'에 우리나라 출신의 과학자는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1960년대 후반 한국과학기술원(KIST)을 비롯한 정부출연연구소가 설립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기술드라이브 정책에 따라 국가연구개발체제를 확충하고 산업과 경제발전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때 정착된 모방형 R&D시스템이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이 지속돼 왔다. 우리나라의 R&D 투자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비중은 4.29%(2014년)로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질적 성장이 한계에 도달해있다. 새로운 성장을 위해서는 R&D의 대혁신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자율과 창의, 도전과 융합 등이 중시되는 현재의 혁신환경에서는 R&D시스템을 과거의 '모방형 개발도상국식 R&D 시스템'에서 질적 성장을 위한 '선도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구풍토는 후속 연구비를 타기 위한 '쉬운 연구'에 매몰돼 국가 R&D 과제 성공률이 무려 95~98%에 달하지만, 기술사업화 성공률은 20~30%에 그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연구진들은 실패하면 안되기 때문에 결과가 뻔한 계획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중간에 우수한 연구결과가 안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보장된 연구비를 다 소진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경우 연구자가 5년간 성과가 없어도 웬만하면 5년을 더 지원해 꾸준히 연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연구 지원 풍토 덕분에 일본은 2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도전적인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R&D 자금의 기획·심사·평가 기준을 달리해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창출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

과학기술계는 "휴대폰·디스플레이·반도체 등의 눈부신 발전에 물리학·화학·수학 등 자연과학이 뒷받침됐다"고 자긍심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과학을 선택한 학생도 4과목의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교과목 중에서 2과목만 선택하여 응시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는 과학교과는 거의 공부하지 않는다. 과학교과의 경우, 물리와 화학이 학생들 입장에서는 비교적 어려운 교과이기 때문에 이 교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숫자는 매우 적은편이다. 이러한 결과로 물리과에 진학하는 학생이 물리 과목을 공부하지 않아서 대학에 들어가면 고등학교 과정의 기초 물리를 다시 가르쳐야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중등 교육에서 부터의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잘 살기 전인 60~70년대 만하여도 서울대학교에서 수준이 가장 높은 학과에 물리학과가 포함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 수준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우수한 인재들이 문과로 몰리고, 그나마 이과를 선택한 우수학생들도 졸업 후 비교적 많은 보수를 받고,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의·약학 계열로 쏠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 당연히 우리나라 출신의 기초 과학 연구자의 숫자가 적고, 질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21세기 국가 먹거리를 개발하고 선진국으로의 발전을 위하여, 사회적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또 기초과학의 질적 발전을 위하여 관료주의를 탈피한 육성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수한 인재의 양성만이 우리나라의 살 길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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