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론
꼰대와 나시론
  • 수정 2019.10.16 09:24
  • 게재 2019.10.16 09:20
  • 호수 442
  • 11면
  • 진혜정 시조시인(report@gimhaenews.co.kr)
▲ 진혜정 시조시인

'꼰대'는 본래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다. 아버지나 교사 등 간섭을 많이 하는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들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젊은 사람에게 강요하는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변형되어 쓰이고 있다.

내가 젊었을 적에는 주변에 이런 꼰대질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가정에서건 사회에서건 나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앞세워 젊은 사람들이 하는 말, 행동 하나에도 트집이나 간섭을 일삼곤 했다. 첫 발령을 받아 직장에 근무하게 되었을 때 꼰대질을 하는 상사의 등쌀에 못 이겨 직장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다.

얼마 전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채널 중 하나인 BBC Two가 '오늘의 단어'로 한국어인 '꼰대(KKONDAE)'를 선정했다. '꼰대'를 '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 많은 사람(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이라고 묘사하면서 '이런 사람을 알고 있나요?(Do you know someone like this?)'라고 묻기도 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간 이후 전 세계 누리꾼들은 '결혼 후 내 남편', '내 시어머니를 위한 단어', '내 기억 속 엄마는 늘 꼰대였지', '나?', 라는 다양한 댓글을 남겼다. 그 전에는 BBC Work life에서도 "한국에서 꼰대는 잘난 척하고 거들먹거리는 늙은 사람들로 번역된다."라며 아울러 "꼰대는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하고 후배에게는 절대적인 순종을 요구하는 관리자에게 사용하는 말이다. 거의 모든 직장에는 꼰대가 있다."라고 전했다.

내가 젊었을 때에는 남을 두고 하는 말 같았던 '꼰대'가 이 글을 읽는 순간 '혹시 요즘의 나인가?'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요즘 들어 젊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고 말이나 사고 방식이 못마땅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순간 어느새 내가 나이 많은 사람 축에 드는구나 하는 서글픔이 밀려오고 내가 뭘 어쨌다고 하는 억울함도 들었다. 그러나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딸에게는 나이도 있는데 왜 그러고 있느냐 빨리 결혼해라부터 시작해서 결혼을 한 딸에게는 왜 안부 전화가 뜸 하냐, 남편 아침밥은 챙겨 먹이느냐 라며 꼰대질을 하고 있는 내가 느껴졌다. 내 딴에는 사랑과 관심을 표한다는 것이었지만 딸이 듣기에는 불편하지 않았을까.

며칠 전 일이었다. 결혼 후 처음 맞는 사위 생일에 딸이 정성껏 요리를 하고 생일상을 차린 것을 사진으로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 제법 미역국도 끓이고 계란말이도 하고 쇠고기도 굽고 훈제 오리쌈도 색색으로 멋을 내어 만들어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처음인데 예쁘게 잘 차렸네." 라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래도 생일인데 나물이라도 몇 가지 하고 생선도 굽고 잡채라도 하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사진을 보신 시아버지께서는 며느리 요리 솜씨 좋다고 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동네방네 자랑까지 하셨다니 그 분은 꼰대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국내의 한 온라인 매체에서도 '꼰대의 6하 원칙'이라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내가 누군 줄 알아(who)', '나 때는 말이야(when)', '어딜 감히(where)' '네가 뭘 안다고(what)', '어떻게 그걸 나한테(how)', '내가 그걸 왜(why)' 중 하나라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꼰대'라고 지적했다. '나 때는 말이야'를 달고 살면서 나이 어린 직장 동료들이나 딸, 주위 사람들에게 옛날이야기를 신나게 들먹이는 나는 어느 순간 그렇게 꼰대가 되어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나이가 들어 하고 싶은 일도 많지 않을 미래를 위해 젊은 현재의 삶을 고생고생하며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억척스럽게 자신을 희생하면서 누구를 뒷바라지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인간적인 삶을 희생하며 기계처럼 열심히 일만 하며 사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했고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먹이는 기성세대의 푸념이 싫다. 가난했던 시절에 태어나 오로지 경제적인 풍요가 목표였던 우리 기성세대들의 삶을 이제 젊은 세대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도 경험을 토대로 조언도 해 주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바른 말 해 주는 어른은 필요하지 않을까?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혜정 시조시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재미로 보는 주간운세 2019년 12월 첫째 주재미로 보는 주간운세 2019년 12월 첫째 주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비밀글로 설정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