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등 혐의 재판 중 비서실장 사직
선고 끝난 후 정치활동 재개 뜻 밝혀

김맹곤 시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으며 김해시청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왕 실장'으로까지 불리던 이춘호(43) 비서실장이 사직했다. 이 전 실장의 후임으로는 최동조 전 도서관정책계장(6급)이 임명됐다.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실장은 지난 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비서실장은 "재판을 받게 되면서 시장님과 시민들에게 본의 아니게 누를 끼쳤고, 이에 따라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인의) 잘잘못과 관련해서는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철국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이 전 실장은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때 김맹곤 시장 선거캠프의 회계 책임을 맡아 선거를 도왔고, 김 시장 취임과 동시에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시청에 입성한 후에는 조직 장악력과 업무 조율 능력을 바탕으로 시장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시정의 주요 현안과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시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왕 실장'이란 별명이 등장했다.
 
이 전 실장에게 암운이 닥친 것은 지난해 5월 생림면 나전리 토취장 개발업자 오 모 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배정환 전 김해시의회 의장과 함께 검찰에 기소되면서부터다. 이 전 실장은 토취장을 산업단지로 용도변경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오 씨로부터 2차례에 걸쳐 1천2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 원을 구형받았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이 돈이 김맹곤 시장의 선거 캠페인을 담당한 기획사로 들어간 것으로 밝혀져, 불법 선거자금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실장은 "누구에게 돈을 빌리는 것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토취장 업주 오 모 씨가 준 돈을 배정환 전 김해시의회 의장을 통해 받아 사용했고 대가성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전 실장의 사의는 김 시장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전 실장의 사의가 때를 놓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시민은 "토취장 업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그 순간 물러나는 것이 도의에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시민들에게 부끄러움을 안긴 사건에 연루됐으면서도 선고 직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실상의 사임으로 비서실의 위상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서실장의 직급부터가 낮아졌다. 사무관급(5급)이던 이 전 실장의 후임으로 계장급(6급)인 최 실장이 임명돼, 김 시장의 직할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향후 진로에 대해 이 전 실장은 "(나는)공무원이라기보다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지만 1심 선고가 끝나면 당분간 쉬었다가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검찰이 벌금 500만 원을 구형한 가운데 오는 16일 재판부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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