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안은 없나

아케이드·주차장 시설에만 급급
서비스·고객관리 기법 등 필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확장으로 전통시장이 고사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지난 2005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아케이드와 주차장 설치 등 획일적인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인해 비용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실, 정부는 그동안 전통시장을 개보수하거나 증개축하는 등 노후화된 시장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주요 시책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다보니 개별 전통시장이 가진 고유의 특색이 사라지고 획일화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민들에게 '우리 동네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서적인 유대감이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동상전통시장을 찾은 주부 김성숙(42) 씨는 "지난 몇 년간 시장에 아케이드가 설치되고 통로가 확보되는 등 현대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옛날 시장의 정취가 사라져 버렸다"면서 "시설은 좋아졌지만 대형마트보다 여전히 못하고, 시장의 특색만 사라져버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재래시장학회 회장인 한남대 이덕훈 교수는 "시장 현대화 사업이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기능에만 주목하다 보니 편리성이나 청결, 신속성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인프라에 치중할 때는 이미 지났고, 시장이 가지고 있는 정과 문화를 특색있는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제부터라도 개별 전통시장이 가진 역사와 문화를 살려 특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시장 육성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시장 현대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라는 지적도 많다. 실제 외동시장의 경우 지난해부터 상인대학을 설치해 새로운 마케팅 기법과 고객 대응 방식 등을 가르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외동전통시장 김만호 상인회장은 "단순히 애향심만으로는 재래시장을 살릴 수 없다. 서비스 수준을 보다 높이고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상인들은 교육을 통해 고객을 관리하는 기법 등 상인이 알아야 할 기본 영업비법을 배우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자랑했다.
 
상인들의 인식 변화도 시급하다. 현대화 사업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무질서한 모습들이 전통시장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상전통시장 한 상인은 "현대화사업을 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일부 상인들이 시민들의 편안한 쇼핑을 위해 설치한 포장 통로에 물건을 내놓고 장사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