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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임대료 운동과 일상의 소중함시론
  • 수정 2020.03.11 09:36
  • 게재 2020.03.11 09:33
  • 호수 462
  • 11면
  • 진혜정 시조시인(report@gimhaenews.co.kr)
▲ 진혜정 시조시인

착한 임대인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건물주 14명이 모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분담하는 차원에서 석 달 동안 최소 10%라도 임대료를 낮춰보자는 데서 시작됐다. 이 작은 파동을 시작으로 전주 주요 상권 건물주 64명이 뜻을 함께해 임대료를 내렸고 점차 전국으로 번졌다. 서울 우림시장에 위치한 2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한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를 염려하며 2월, 3월 임대료 50%를 경감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많이 내려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1979년부터 남대문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했던 한 상인은 당시에 어려웠던 자신에게 호의로 3평짜리 가게 중 구석 반 평을 떼어 주었던 주인 덕택에 자신도 창업 20년 만에 건물주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상가 임대료를 석 달 간 20%를 인하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준 '착한 임대인'에게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그들에게 임대료 인하분의 절반을 세액공제로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간은 또 직접 착한 임대인이 돼 소상공인 임차인의 임대료를 낮추기로 했다.

김해에서도 착한 임대료 운동은 확산중이다. 김해시가 부산-김해경전철(주)과 협의해 경전철 역사 매점에 대해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착한 임대료 운동'에 직접 동참했다. 삼방전통시장의 건물주 12명이 4개월간 25%씩 임대료를 인하했다. 12명 중 7명은 건물 소유자인 동시에 상인이어서 본인 점포 매출도 줄어든 상황이라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셈이다. 진례면에 상가 건물이 있는 한 건물주도 자신의 건물 한 식당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 한동안 식당 문을 닫아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두 달간 식당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장유동에 있는 주상복합건물을 소유한 어느 건물주도 자신의 건물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에게 2년 동안 임대료 30%를 경감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착한 임대료 운동은 어디까지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착한 임대료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다수의 임차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임대인에게 먼저 임대료 인하 말을 꺼냈다가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을 연출할까 싶어 말을 못하고 있다.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대출을 받으러 간다는 임차인의 이야기만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임대인도 임대료를 받아야 대출이자를 내고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으므로 임대료 인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생계에 타격을 입는 영세 자영업자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힘들 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일에 동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들 대부분은 백년도 채 살지 못할 것을 알면서 천 년 만 년을 살 것처럼 열심히 살아왔다. 남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더 빨리 뛰었고, 더 많이 움직였다. 딱히 물려받은 유산은 없는데 자식들 뒷바라지는 끝없이 해야 해서 노후에 쓸 넉넉한 자금도 마련하지 못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서울 집값을 바라보면서 자식들에게 집 한 채 물려줄 재력을 갖추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살았다. 지금 80이 넘은 우리의 어머니들은 절대빈곤을 경험한 전쟁세대다. 혼란한 40년대에 태어나서 피죽도 겨우 먹고 굶기를 밥 먹듯 하며 병에 걸려도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못 받고 교육의 혜택도 누리지 못했다. 아버지들의 벌이도 시원치 않아 생계를 이어가느라 모진 풍파를 다 겪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우울한 시기를 맞고 보니 이 많은 시련이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자각하게 된다. 한발만 나서도 마스크를 써야하고 친한 친구를 만나 오붓하게 차 한 잔 나누는 것을 꺼리고 식당에서 밥 먹는 모임을 몽땅 취소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과 부딪힌다. 매화축제와 벚꽃축제 등 각종 봄꽃축제가 취소되고 2월에 이어 3월의 전시나 공연도 줄줄이 취소되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게 꽃구경을 갔던 지난봄의 행복함이 떠오른다. 그러나 축제가 취소되었다고 해서 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봄은 여느 해보다도 빨리 와서 분주하게 매화를 피우고 모란도 피우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고 서로를 배려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느껴 볼 일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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