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는 '3무(無)의 나라'다. 자동차 경적이 없고 싸우거나 화내는 사람이 없고 초상집에 우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라오스에 없는 건 3무만이 아니다. 라오스는 '없는 것이 풍부한 나라'다. 바다가 없어 휴양지나 해변도 없다. 문화유산이 풍부하지도 않고 흔한 지하자원도 없다. 그런데도 관광객은 매년 늘어 450만 명에 육박한다. 라오스 전체 인구의 65% 수준이 관광객으로 채워진다. 도대체 이곳에 뭐가 있길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오는 걸까.
<할 말을 라오스에 두고 왔어>의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라오스에 헛물켜는 욕망이 없고 배려만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곳엔 분노가 없어 자살이 없다. 남 탓이 없어 관용만 산다. 부자를 부러워하지 않고 가난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저자는 한국에서 대기업 팀장으로 근무하다 그만둔 뒤 라오스에서 월급쟁이로 살았다. 두 달만에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쌌다. 그때 메콩강의 붉게 타는 노을과 사람들의 환한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으로 돌아가기는커녕 가족 모두를 라오스로 불러들이며 라오스의 느린 시간 속에 머물렀다. 불안과 고민, 숱한 흔들림 속에서 만난 라오스의 황홀한 속살을 보여주는 여행에세이.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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